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특별사면

2015A39 만파


이명박 정부 임기 말이던 2013년 1월29일 대통령의 설 특별사면 명단이 발표되자 여론이 싸늘했다. 형이 확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대통령 사람’들이 대상자 명단에 올랐기 때문이다.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천신일 세중 회장,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포함된 것이다.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특사 원칙을 장황하게 설명했는데도 여당 내에서조차 비판 기류가 확산됐다.

당시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권력남용”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라며 거세게 비난했을 정도다. 이처럼 대통령 특별사면이 단행될 때마다 이런저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국민 대통합’ ‘경제살리기’ 등의 명분을 내세워 설이나 추석·광복절에 특사를 단행하지만 대부분 사면권 남용 논란에 휩싸이기 일쑤다. 측근 챙기기나 보은 사면이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녔다.


여기에는 보수·진보 정권 모두 예외가 없다. 김영삼 정부는 임기 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특사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사면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노무현 정부도 자유롭지 못하다.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2005년에, 안희정 충남지사 등 측근을 그 이듬해 특별사면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렇게 대통령 측근이나 권력형 부정부패 연루자, 정치세력 간 흥정 대상자 등을 끼워 넣는 식으로 특사가 남발돼왔던 게 사실이다.

관련기사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국회를 중심으로 사면 대상 제한 등 남용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지만 그때뿐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사면권을 함부로 쓰지 않겠다고 다짐해도 막상 정권을 잡으면 대통령 고유권한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지 싶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맞는 올해 광복절에는 특사가 없다는 소식이다. 특사를 단행하려면 절차상 3개월 이상 소요되는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사면권 제한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혀온 점도 작용한 것 같다. 광복절은 넘어가더라도 사면권 행사 유혹이 앞으로 많을 텐데 문 대통령이 절제의 약속을 지킬지 두고 볼 일이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