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 통일을 하더라도 북한 지역의 출산율과 기대 여명의 변화에 따라 통일한국의 인구고령화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의 최지영 부연구위원은 20일 ‘통일과 고령화’ 보고서에서 남북한 통일을 2020년으로 가정하고 이후 북한 지역의 출산율과 기대 여명 변화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인구고령화의 진행 수준을 비교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각 시나리오는 통일을 먼저 경험한 독일의 사례를 토대로 설정됐다. 독일의 경우 통일의 충격으로 동독 지역의 출산율이 절반으로 급락한 뒤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서독 수준으로 회복됐고, 기대 여명은 동서독 간 격차가 점진적으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각 시나리오는 통일 직후 북한 지역의 출산율이 급감하는 상황, 점진적으로 출산율과 기대여명이 남한 지역 수준으로 비슷해지는 상황으로 설정됐다. 또 남북한 통일의 특수성을 감안해 독일 사례와 달리 통일 이후 북한 지역의 출산율이 충격 없이 상승하는 경우도 가정됐다.
보고서는 이 시나리오들을 유엔이 지난 2015년 ‘세계인구전망’에서 남·북한이 현재와 같은 분단 상태를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남한과 북한의 미래 인구를 단순 합산한 추계 결과와 비교했다. 그 결과 모든 시나리오에서 남북 통일이 이뤄졌을 때 고령화 수준은 남한 인구만을 고려한 경우보다는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지금의 고령화 속도를 유지했을 때 우리나라는 2065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37.9%에 달하게 되는데, 이에 비해 통일 한국의 고령 인구 비중은 최상의 시나리오에서 31.4%로 최대 6.5%포인트 낮았다.
하지만 통일 이후 북한 지역의 출산율 충격을 방지하지 못하면 고령화 문제는 오히려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북한 지역의 출산율을 대체출산율(현재 수준의 인구 규모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 이상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통일로 인한 고령화 개선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도 이미 2004년부터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7% 이상)에 진입한데다, 인구가 북한보다 2배 많은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통일로 인한 인구고령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통일 과정의 혼란이 북한 지역의 출산율 급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부연구위원은 “통일 직후 사회경제적 혼란을 최소화 하는 한편, 출산 및 보육 관련 정책과 사회보장시스템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지역의 기대 여명이 남한 수준으로 수렴하면서 발생하는 보건·의료·연금 등 통일비용의 증가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