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P. 모건은 근대 자본주의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다. 정상에 오른 인물에 대한 평가는 으레 엇갈리듯 그 또한 우파에게서는 ‘경제 진보를 이끌어낸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좌파에게서는 ‘자본주의 탐욕의 화신’이라는 공격을 받는 인물이다. 그러나 엇갈리는 이 모든 평가는 맞기도 하다. 책 ‘금융황제 J.P. 모건’은 역사상 가장 막강한 ‘금융권력’을 구축했던 모건의 일대기를 1,2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촘촘하게 훑었다. 자본주의의 변곡점마다 중심에 늘 그가 있었기에 책은 금융 자본주의의에 대한 흥미로운 역사서이기도 하다.
현재 미국 은행 중 최고의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대형은행 JP모건을 창립한 존 피어폰트 모건은 상당히 모순적인 인물이었다. 부유한 유대계 집안 출신인 그는 보수주의자였으나 유산보다는 후천적인 업적을 중시했다. 또 사교적이지만 수줍음이 많았고, 심사숙고했지만 즉흥적이었고, 돈을 아낌없이 쓰면서도 검소했고, 순박하면서도 치밀하고, 권위적이면서도 유연했다. 그의 이런 모순적인 모습만큼이나 그가 만들어낸 금융자본주의 또한 그 결과는 모순적이었다. 그가 구축한 금융자본은 미국을 농업국가에서 근대산업 국가로 변신시키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지만 이 금융자본은 독점적 기업의 탄생과 빈부격차라는 그림자 또한 함께 가져왔다.
자본주의가 미국에 정착할 무렵이던 19세기 후반은 완전경쟁 시대였다. 정부는 시장에 간섭할 힘도 시스템도 없었고, 투자와 생산은 순전히 자본가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 영역이었다. 역설적이게도 무한경쟁 속에서 독점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한 셈. 이때 모건은 은행, 채권·주식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해 경쟁이 낳은 자원 낭비와 이익률 하락을 해결하기 시작했다. ‘철강 공룡’ U. S. 스틸, ‘해운 왕국’ IMM과 같은 거대 독점 기업인 트러스트가 모건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모건은 정치권에 원시적인 금융 시스템을 근대화하도록 강력주장하는 동시에 개인적인 힘으로 달러 가치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강한 달러를 지지하는 바람에 농민들의 피해가 컸고, 그들은 화폐 가치가 높아지는 만큼 추락하는 밀값에 신음해야 했고, 늘어나는 이자 부담에 허덕일 수밖에 없었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철도기업 오너와 철강회사 총수뿐만 아니라 노동자·경영인 등 갈등하는 이해 당사자를 자신의 권위를 활용해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도 했다. 또 모건은 도시 빈민을 위해 일하는 활동가들을 조용히 후원하기도 했으며 그들을 동료 자본가처럼 존중했다. 4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