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세대 여성 행위예술가이자 원로 서양화가인 정강자 화백이 23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75세. 유족은 “고인이 암 투병 끝에 이날 오전2시께 돌아가셨다”고 전했다.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정 화백은 지난 1968년 서울의 음악감상실 쎄씨봉에서 토플리스 차림으로 등장하는 ‘투명풍선과 누드’ 퍼포먼스를 선보여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낳았다. 칼을 든 사람들이 정 화백의 옷을 찢어 벗긴 뒤 투명풍선을 붙이고 이를 터뜨리면 그의 벗은 상반신이 드러나는 퍼포먼스였다. 당시 이 작품은 미술계와 사회 전반에 걸친 부조리에서 벗어나 여성 해방을 추구한 행위예술로 평가받았다.
정 화백은 결혼한 후에는 평면 회화와 조각 등에 주력하며 퍼포먼스는 이따금 도전했다. 지난해 8월 부산비엔날레 연계 행사로 48년 만에 퍼포먼스가 재연됐고 당시 작가는 “위암으로 위 3분의1을 절제하는 수술을 한 후 암 투병 중”이라며 “암에 걸린 지금도 과거의 열정은 그대로지만 몸이 미라처럼 많이 마르고 아파서 퍼포먼스 재연을 모델에게 맡겼다”며 아쉬움을 밝힌 바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4호실(24일은 2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5일 오전10시. 장지는 경기도 파주 용미리 수목장이다. (02)2258-5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