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신한금융그룹이 한국에 이어 일본에서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을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를 연이어 출시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신한금융이 사업제휴 확대를 통해 ‘제3의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4일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은 신한은행의 일본 현지법인 ‘SBJ은행’을 통해 간편 외화 환전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일본 라인 사용자가 ‘라인페이’를 통해 외화를 매입한 후 SBJ은행 환전소(도쿄 하네다공항·후쿠오카공항·하카다항)에서 현금으로 찾거나 택배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환전은 원화와 미국 달러, 중국 위안화, 유로화 등 4가지다. 수수료도 낮고 SBJ은행에 계좌가 없어도 라인만 깔면 외화환전이 가능하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라인과 신한은행 모두 한국 기업이지만 일본에서 사업을 확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라인은 이미 지난 2015년 신한은행과 처음 사업 제휴를 맺은 뒤 일본 시장에서 간편 송금·이체 서비스 등을 제공해 왔다. ‘라인페이’에 엔화로 충전하면 한국 내 신한은행 지점이나 자동화기기(ATM)를 통해 원화로 출금이 가능하다. 지난해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알음알음 사용자가 늘고 있다.
네이버와 신한금융의 관계는 국내에서도 끈끈하다. 온라인 간편결제 서비스 1위인 네이버페이의 제휴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모두 신한카드에서 단독으로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네이버페이 체크카드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살핀 네이버는 지난달 신용카드도 내놓았다. 결제할 때마다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네이버페이 포인트가 1~4% 쌓이는 혜택이 있어 출시 초반인데도 가입자가 많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간편결제 서비스 초기에는 카드사와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며 “그러나 서로 부족한 서비스를 채워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후에는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와 신한금융이 손잡고 인터넷 전문은행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한은행은 금융당국이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았던 2015년 당시 카카오(035720)뱅크 컨소시엄의 합류를 시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디지털 금융 강화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신한은행 입장에서는 국내 대표 ICT 기업인 네이버는 반드시 붙잡아야 할 파트너다.
네이버가 지난달 미래에셋대우(006800)와 각 5,000억원 규모 자사주 교환을 통해 포괄적 사업 제휴를 맺으면서 인터넷 전문은행 공동 진출에는 선을 그은 점도 눈에 띈다. 선행주자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사업 진행 상황을 살핀 뒤 미래에셋대우가 아닌 신한금융 등 다른 곳과 손잡고 인터넷 전문은행에 도전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