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우리나라 수출물량과 금액이 지난달에도 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6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량지수는 144.5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올랐다. 수출금액지수도 11.2% 상승한 125였다. 무역지수는 2010년을 기준(100)으로 산출된다. 이로써 전년 동기 대비 수출물량 및 금액지수는 지난해 11월부터 8개월 연속 상승했다.
반도체 호황의 힘이 컸다. 수출물량지수를 품목별로 살펴보면 일반기계가 19.6%, 정밀기기가 30.0% 증가해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일반기계에는 반도체 제조장비, 평판디스플레이 제조장비 등이 포함된다. 정밀기기 중에서도 반도체 검사장비(측정 및 분석기)의 증가율이 49.1%나 됐다. 반도체 자체도 수출물량이 17.3% 늘었다.
반면 올해 초 수출 증가에 큰 역할을 해온 전기·전자기기는 5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기업들이 스마트폰 등 휴대폰 완제품을 해외에서 생산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휴대폰의 통관 기준 수출물량이 53.2% 감소한 탓이다. 한은의 수출물량지수는 국내 통관 기준으로 집계돼 해외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되는 우리 기업들의 제품 흐름은 잡히지 않는다.
반도체는 수출금액지수 상승에도 크게 기여했다. 전기 및 전자기기(15.4%) 중에서도 반도체 수출금액은 53.4% 증가해 상승세를 이끌었다. 반도체 단가가 오름세를 이어간 덕분이다.
수입물량과 수입금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개월 연속 올랐다. 특히 지난달 수입물량지수는 133.66으로 12.1% 오르면서 2012년 2월(15.3%) 이후 5년4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뛰었다. 일반기계가 66.1% 급등했고, 정밀기기(28.9%)와 전기 및 전자기기(13.2%)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일반기계 수입 증가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출 호황에 따른 기업들의 설비투자 확대 영향이 컸다. 일반기계 중에서도 평판디스플레이 제조용기기 수입이 38.9% 증가했고, 반도체 제조용기기는 무려 4배(307.6%) 가까이 뛰었다.
수입금액지수도 114.68로 21.9% 올랐다.
최정은 한은 물가통계팀 과장은 “증가율 등락이 있으나 수출 호조세 지속으로 수출물량·금액 지수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면서 “5년 4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수입물량지수도 기업들의 설비투자 확대에 힘입은 것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상품 1단위를 수출한 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나타내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달 100.82로 0.2% 올랐다. 또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보여주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수출물량지수가 오른 영향으로 지난달 145.69로 2.3%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