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이지선 OZ인큐베이션센터장 "실패 자산 제공해 스타트업 생존율 높여야죠"

성공 위해선 실패 눈여겨봐야

사업계획서부터 마케팅 방법 등

체계적 지원 통해 자생력 향상 초점

사회적 기업 입주 우선권 부여도



“시장에 뛰어드는 스타트업의 당면 과제는 ‘생존’입니다. 앞선 스타트업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신생 스타트업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죠.”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이지선(사진) OZ인큐베이션센터장은 “사람들은 스타트업의 성공 스토리만 얘기하지만 성공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OZ인큐베이션센터는 스타트업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취지로 5일 개소한 스타트업 보육기관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설립하고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총장을 맡고 있는 판교의 스타트업캠퍼스에 자리했다.

이미 국내에 OZ인큐베이션센터 외에 수많은 스타트업 보육기관이 있다. 이 센터의 차별점은 뭘까.


이 센터장은 “다른 스타트업 보육기관과 달리 OZ인큐베이터는 좀 더 이른 단계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스타트업 보육기관 같은 경우 스타트업을 뽑아 두 달가량 집중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멘토링하고 데모데이를 열어 투자를 받을지 말지 결정되는 식으로 운영돼왔고 공공기관은 단순한 공간 제공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OZ인큐베이션센터는 스타트업들이 시장에 나가기 전 사업계획을 들여다보고 실제로 소비자를 만나기 전에 플랫폼·제품·서비스를 시연해 자생력을 갖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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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Z인큐베이션에 입주하는 스타트업을 선별하는 기준도 다른 보육기관과 다르다. 이 센터장은 “기업이기에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문제를 얼마나 해결해낼 수 있는지에 선발 비중을 더 둔다”고 말했다. OZ인큐베이션센터는 개소와 동시에 입주 기업 24개를 선정했다. 헬스케어와 증강현실(AR) 게임, 안전제품 제조, 공유경제 플랫폼까지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이 선발됐다. 교통사고의 2차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안전삼각대와 약 복용을 도와주는 앱, 늘어나는 반려동물 문화에 맞춘 애완동물(펫) 푸드 시스템, 젊은 작가들을 위한 디지털 전시도록 시스템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선정됐다.

이 센터장은 본인 스스로 수차례 창업해본 경험이 있는 ‘선배 창업가’다. 10년 이상 기자로 활동하다가 돌연 홍보대행사 드림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하는가 하면 갑작스레 떠난 미국 유학 기간에도 현지에서 유학생들을 모아 전화벨 소리를 서비스하는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 회사인 ‘엠투고’를 만들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2007년에는 정부와 대기업의 블로그 홍보 마케팅을 진행하는 기업 ‘미디어U’를 설립했고 2015년에는 수산시장에서 신선한 생선회를 편하게 주문·배달하는 해산물 온오프라인연계형(O2O) 서비스 ‘미친물고기’도 론칭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그가 창업할 때보다 정부 지원이 크게 늘어났다. 그는 “정부 지원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창업 환경이 개선됐지만 사교육이 늘었다 해서 대학입시가 쉬워진 것은 아니듯 스타트업의 생존에도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창업 지원의 홍수 속에 실패하는 기업이 수도 없이 많다”며 “다양한 실패 사례에서 배우는 것이 많을 텐데 많은 사람이 성공 스토리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패의 경험을 자산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이 겪는 실패 사례를 공공자산으로 만들어 공유하고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 센터장은 스타트업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기업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스타트업이 저마다 기존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창업에 뛰어들지만 기업가정신 없는 스타트업은 어려움이 닥치면 처음의 열정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 센터장은 “어려움이 닥쳐도 여전히 창업 초기에 목표로 한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열정이 있는지, 그리고 열정을 실현할 해법을 스스로 찾는 안트러프러너십(기업가정신)이 가장 중요하다”며 “훌륭한 보육기관이 응원하고 손잡아줘도 결국 성패는 본인에게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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