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통시장을 집어삼킨 아마존이 이번에는 헬스케어 사업에 본격 진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미 경제전문 매체 CNBC는 소식통을 인용해 아마존이 ‘1492’라는 이름의 헬스케어 담당 비밀연구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27일 보도했다. 전자상거래에 이어 클라우드(데이터 저장), 식품유통, 우주탐사 사업 등에 뛰어든 아마존이 헬스케어를 미래의 먹거리로 낙점하고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섰다는 평가다. ‘1492’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처음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던 해인 1492년을 가리키는 것으로 신대륙을 개척하듯이 새로운 미래사업으로 뻗어 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CNBC에 따르면 새 연구조직은 시애틀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헬스케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부문을 두루 연구한다. 진료기록을 가공해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되면 이 정보를 소비자나 의사들에게 판매할 수 있다. 원격 진료와 처방이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이미 시장에 선보인 인공지능(AI) 스피커 ‘에코’, 간편 생필품 주문기기 ‘대시원드’와 연계하는 제품 개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 의료시설이 시범적으로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를 활용한 진료기술 개발에 착수한 만큼 아마존이 독자적으로 진료기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마존은 이미 헬스케어 사업 진출 의욕을 수차례 드러내왔다. 지난 5월에는 아마존이 약품을 대량 구입해 의료시설들에 납품하는 제약사업팀을 구성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며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 역시 헬스케어 전문가들을 채용해왔다. 지난해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암 진단 스타트업인 ‘그레일’에 1억달러(약 1,112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하지만 ‘1492’ 가동은 지금까지의 움직임보다 훨씬 큰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CNBC는 “1492 디렉터를 찾는 아마존 구인광고에는 ‘아마존의 위대한 도전, 스페셜 프로젝트팀에서 일할 동료를 구한다’고 소개돼 있다”고 설명했다.
헬스케어 사업에서 아마존의 행보가 구체화하며 애플·구글·MS 등 이 시장 주도권을 노리는 정보기술(IT) 기업들 간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초대 백악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던 애니시 초프라는 “건강에 관심이 많고 디지털에 익숙하다면 헬스케어 시장에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