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검찰 개혁’과 ‘조직 안정’을 동시에 고려한 첫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이른바 ‘우병우 사단’을 솎아내고 검사장 자리를 5개나 줄였으나 앞서 인사에서 보였던 파격적인 기수 파괴 인사는 없었다.
법무부는 27일 고검장급 5명과 검사장 12명 승진을 포함한 고위간부급 인사를 단행했다.
고검장급 보직인 법무연수원장에 김오수(사법연수원 20기) 서울북부지검장이 임명됐고 서울고검장에는 조은석(19기)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대구고검장에는 황철규(19기) 부산지검장이 임명됐다. 부산고검장은 박정식(20기) 대검 반부패부장, 광주고검장에는 김호철(20기) 법무부 법무실장이 보임됐다. 김오수·조은석 고검장은 호남, 김호철·황철규 고검장은 서울, 박정식 고검장은 대구 출신이다.
조은석 신임 고검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수사를 두고 동기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마찰을 빚어 한때 한직으로 밀렸으나 이번 인사에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반면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됐던 김기동(21기)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과 유상범(21기) 광주고검 차장은 각각 사법연수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비수사 보직으로 이동했다. 우병우 사단을 겨냥한 인적쇄신이라는 평가다.
법무부 탈검찰화 추진 차원에서 법무실장,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자리는 공석으로 남겨뒀다. 대전·대구고검 차장 자리도 비워두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서 검사장 자리였던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차장급으로 격하된 것을 포함해 차관급 대우를 받는 검사장 자리는 49명에서 44명으로 줄어들게 됐다.
전국 특별수사를 총지휘하는 대검 반부패부장에 김우현(22기)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대검 공안부장에 권익환(22기)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이 지명되는 등 특수통·공안통 논리에서 벗어나 인사를 한 점도 눈에 띈다.
이영주(22기)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은 춘천지검장으로 발탁돼 역대 두 번째 여성 검사장이 탄생했다. 이 신임 지검장은 4남매를 키우는 ‘다둥이 엄마’이기도 하다. 대검 형사부장에 임명된 이성윤(23기) 서울고검 검사는 문재인 대통령 모교인 경희대 출신으로는 첫 검사장이 됐다.
고검장 승진에 실패한 19기 검사장들을 일선 검찰청의 지휘 보직으로 이동시키는 등 조직의 안정도 배려했다는 평가다. 한때 24기까지 검사장 승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23기까지 발탁되면서 충격을 줄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의 키워드는 개혁과 안정”이라며 “기존 부서와 관련 없는 인사를 내면서 변화를 줬으나 기수 문화를 크게 흔들지 않는 등 안정도 추구했다”고 밝혔다.
/안현덕·진동영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