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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한국은’ 정규] “관찰자의 중요성” 이탈리아→멕시코, 新낯설게 보기

파일럿에서 정규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흥미 위주의 일회성 여행기가 아닌, 외국인의 눈을 통해 새롭게 바라보는 한국을 제시했다.

MBC에브리원 예능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한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 출신 방송인이 자신의 친구들을 한국으로 초대해 따로 또 같이 여행하며 외국인들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한국을 새롭게 그려내는 신개념 여행 리얼리티 프로그램. 지난 6월 1일 파일럿으로 첫 방송된 후 3회 만에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정규 편성을 확정지었다.




/사진=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사진=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지난 27일 방송에서는 JTBC ‘비정상회담’에서 멕시코 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크리스티안 부르고스가 정규 첫 게스트로 등장했다. 우리나라와는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열정의 나라 멕시코에서 친구들을 초대했다. 파일럿 방송에서 알베르토 몬디의 이탈리아 친구들이 한국에 대한 정보 거의 몰랐던 것처럼, 멕시코 친구들도 한국에 대해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차이점은 K팝을 좋아하는 친구가 포함돼있다는 것. K팝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어를 배운 파블로 이반 카스틸로 소토는 비록 뜻은 모를지라도 한글을 정확하게 읽어내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알고 보니 러블리즈 케이의 팬이라고. 그런가하면 어디서나 춤을 추며 유쾌함의 끝판왕을 자랑하는 크리스토퍼 곤잘레스, 절친도 당황하게 만드는 사교왕 안드레이 펠리스 살바도르 살부르고가 이번 여행의 주인공들로 소개됐다.

멕시코 친구들은 여행 계획을 세울 때부터 남달랐다. 모든 일정을 계획해야 한다는 제작진의 말에 “멕시칸의 여행은 즉흥적이다. 계획은 모두 머릿속에 있다”고 받아쳤다. 그러다가도 제작진의 기분을 풀어주겠다며 조금이라도 계획을 세우려는 노력을 보였다. 물론 가이드북에 제시된 4일치 계획을 그대로 하겠다며 멕시코 친구들 특유의 즉흥적인 결정력을 자랑했다.

결국 이들은 별다른 계획 없이 한국으로 향했다. 스튜디오에서 지켜보고 있던 알베르토도 놀랄 만한 결정력이었다. 심지어 짐을 챙기는 것도 간단했다. 10분이면 오케이였다. 공항에서도 즉흥 이벤트(?)는 끝나지 않았다. 크리스토퍼와 파블로가 인천 공항에 도착한 것과 달리 안드레이는 공항버스가 늦어 비행기를 놓쳤다. 그럼에도 흔한 일이라고 말하며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친구들에게 주어진 미션 아닌 미션은 스스로의 힘으로 숙소까지 찾아가는 것. 멕시코 친구들은 당산에 숙소를 정했다. 파블로는 “홍대에 음악과 놀 거리가 많다고 들었다. 홍대에 가고 싶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공항 직원의 도움으로 타야 할 버스를 알게 된 크리스토퍼와 파블로는 멕시코에서 잘 보지 못했던 무인 발권기를 접하고 당황했다. 현금을 들고 신용카드 전용기 앞에서 헤매기도 했다.

6008번이 아닌 6003 버스에 오를 뻔한 해프닝이 있었지만 다행히 친절한 직원들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다. 잡상인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 버스와 다르게 멕시코에서는 버스에서도 잡상인을 흔히 만날 수 있다고. 두 사람은 한국 대중교통의 쾌적함에 대해 감탄했다. 안내데스크 직원의 유창했던 스페인어 실력도 다시 칭찬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한국 거리를 관찰하는 외국인들의 시선도 알 수 있었다. “흰색, 회색, 검은색 차들만 많다고 책에서 읽었다”고 말하던 두 사람은 실제로도 정말 무채색이 많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알베르토 또한 “빨간색이 예쁘다고 말하다가도 결국 검은색으로 사더라. 중고차로 팔아야 되니까”라고 이유를 정확하게 지적했다.

/사진=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사진=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드디어 당산역에 도착한 크리스토퍼와 파블로는 숙소에서 보내준 사진으로 길을 찾기 시작했다. 도로명 주소로 쉽게 길을 찾았던 이탈리아 친구들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사진만 보고 걷다보니 처음에는 숙소와 오히려 더 멀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철교와 노란색 건물 등 눈에 띄는 것들을 기준으로 올바른 방향을 찾았다.


숙소에 도착했다고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아직 열쇠를 더 많이 쓰는 멕시코 사람들에게는 도어락이 익숙하지 않았다. 비밀번호를 여러 번 다시 누르고 나서야 숙소에 입성할 수 있었다. 다소 딱딱한 건물 외관으로 모두를 당황시켰던 숙소의 내부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두 사람은 4일간 묵을 숙소에 짐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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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관광지로 선택한 곳은 상암 월드컵경기장이었다. 종교나 다름없을 정도로 축구를 사랑하는 멕시코 사람들다운 결정이었다. 무계획 여행객들답게 K리그 일정이나 티켓에 대해서는 전혀 알아보지 않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그럼에도 운이 정말 좋았다. FC서울과 전북현대모터스의 경기가 진행되고 있던 것.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두 사람은 FC서울 응원단에 금세 녹아들었다. 가져온 멕시코 국기를 휘날리며 응원을 하다 FC서울 서포터즈에게 맥주까지 받았다. 딘딘은 “누가 보면 멕시코에서 원정 온 서울팬인 줄 알겠다”며 이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추가 득점 없이 1:1로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경기는 추가 시간에 박주영이 골을 넣어 FC서울의 우승으로 끝났다. 사실 계획에 있던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경기 관람이었다.

한국에 도착한 후 한 끼도 못 먹은 친구들은 식당가를 찾았다. 멕시코에도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는 먹고 싶지 않다며 다른 식당을 찾았지만 이미 문 닫을 시간이 가까워져 있었다. 이들의 선택은 결국 피자였다. 다만 한국 피자는 안 먹어 봤으니까 괜찮다며 긍적인 마인드를 내비쳤다.

하필이면 장마철에 한국을 방문한 친구들이었다. 피자를 먹고 나오니 폭우가 더욱 무섭게 쏟아졌다. 비도 오고 시간도 늦었는데 20분이 지나서야 택시 잡기에 성공했다. 숙소에 도착해서 피곤한 내색을 보이던 친구들은 크리스티안 등장에 다시금 되살아났다. 딘딘의 말처럼 분위기를 띄우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크리스티안은 빗속에서 고생할 친구들을 걱정해 우산을 사왔고 크리스토퍼는 멕시코 레슬링의 상징인 레슬링 마스크를 가져왔다. 레슬링 마스크를 쓰고 커피 맛 데킬라를 마시고. 또 다시 파티의 시작이었다. 다음 방송부터는 뒤늦게 도착한 안드레이를 포함해 드디어 셋이서 한국 여행을 하는 모습이 예고됐다.

/사진=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사진=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연출을 맡은 문상돈 PD는 앞서 “여행에서 관찰자가 중요하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방송을 통해 증명됐다. 외국인이 서울을 여행한다는 점에서 이탈리아 편과 닮았지만 반대로 그 점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달랐다. 이탈리아 친구들과 멕시코 친구들에게는 서로 다른 매력이 넘쳤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갖고 있는 첫인상도 여행가고 싶어 하는 곳도 달랐다.

앞서 파일럿 방송에서 이탈리아 친구들은 가이드북을 토대로 여행 계획을 세웠었다. 이에 따라 계획과 실제와의 괴리를 느꼈고, 한국 관광 홍보에 대해 모르고 있던 문제점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와 달리 멕시코 친구들은 애초에 계획이란 없는 모습으로 처음부터 제작진을 당황케 했다. 큰 계획 없이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이 어떤 의식의 흐름을 따라 여행하는지 새롭게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동시에 외국인들이 느끼는 한국에 대한 첫인상의 이야기를 들으며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기가 가능했다. 우리는 모르고 있었던 한국의 자동차 색깔들은 새삼 ‘그랬었나’하고 돌아볼 계기를 마련했다. 지도 속 두드러지는 건물을 보고 길 찾는 모습이나 카드 전용 결제기를 앞에 두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도어락이 익숙하지 않은 모습 또한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파일럿 당시 다소 아쉽다는 지적을 받았던 MC들의 역할은 조금 더 분명해졌다. 여행기 영상에 별다른 내레이션이 없는 만큼 김준현이 외국인들의 상황을 설명하며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딘딘은 자신이 겪은 경험을 곁들여 방송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신아영의 적절한 리액션과 알베르토의 차분한 부연설명까지, 4MC의 합은 더욱 좋아졌다.

본격적인 여행기는 2편에서 시작되는 만큼 다음 회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커졌다. 미처 다 셀 수 없는 한국의 관광지를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의 지속성은 상당히 높다. 지금처럼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리얼한 외국인의 시선을 보여줌으로써 ‘낯설게 보기’의 경험을 꾸준히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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