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코끼리가 도구를 사용할 줄 모른다고 믿었다. 실제로 실험에 참여한 코끼리는 바닥에 놓인 막대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코끼리가 물체를 붙잡는 데 사용하는 기관인 ‘코’는 영장류의 손과는 성격이 다르다. 코끼리는 뛰어난 후각으로 외부의 접근도 파악한다. 그런 코로 막대를 잡을 경우 촉감으로 느끼고 냄새 맡는 것에 큰 방해가 된다. 단순한 막대 집어 올리기로 코끼리의 도구 사용능력을 측정할 수는 없었다. 반면 높은 곳에 먹이를 매달고 상자를 뒀더니 코끼리는 상자를 끌어다 앞다리를 올려 키를 높인 다음 먹이를 따냈다. 코끼리도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것이었다!
인간이 인간 중심의 시선으로 다른 종의 우열을 재단한 것은 ‘스칼라 나투라이(scala naturae)’를 주장한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일명 ‘자연의 사다리’ 이론은 인간이 맨 꼭대기에 있고 그 아래로 포유류, 조류, 어류, 곤충, 연체동물을 줄 세웠다. 이를 반박하는 저자는 동물이 고유한 감정과 생각, 인지능력을 갖고 있음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인간 외에 대형 유인원 정도만이 거울 속 자신을 인식하는 자의식을 가진 동물로 인정됐으나 최근 실험에서 돌고래와 코끼리, 까치까지 합격했다.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는 문어,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는 쥐, 뛰어난 기억력을 가진 침팬지 등 동물이라고 얕볼 일 아니다. 1만9,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