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우리 정부의 스탠스다. 우리 정부도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대응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압박과 대화를 함께하는 전략을 완전히 접지는 않고 있다. 이는 북한 도발 몇 시간 뒤에 개최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베를린 구상의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데서도 엿볼 수 있다. 북한 문제를 군사적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문 대통령의 의도는 이해가 된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 정세는 우리 정부의 구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북한은 우리의 군사회담 제안에 미사일 도발로 대답함으로써 ‘통미봉남(通美封南)’의 뜻을 분명히 했다. 핵보유국의 지위를 명확히 해 미국과 동등한 자격에서 담판을 짓겠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기류가 강경해지고 있는 점도 우리 정부가 움직일 공간을 좁히고 있다. 지난 4일 ‘화성-14형’을 발사한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또다시 도발을 감행함에 따라 처벌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상원은 이미 27일 북한의 원유수입 봉쇄 등 제재안을 담은 법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움직임과 동떨어진 대화 타령을 하는 것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이번에 추가 배치를 결정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최대한 앞당기고 미국과의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요구를 무시하고 도발 일변도로 가는 한 ‘평화의 운전석’에 앉겠다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