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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톡] ‘밤도깨비’, 새벽감성 넣은 ‘아무말 대잔치’가 성공하려면

밤을 샌다. 그리고 1등으로 무엇인가를 얻는다. 아주 단순한 이 공식만으로 일요일 황금 시간대에 도전장을 던진 예능프로그램이 있다. JTBC에서 새롭게 선보인 ‘밤도깨비’다.

‘밤도깨비’는 매주 핫한 장소와 상품, 먹거리 등을 1등으로 얻기 위한 고군분투를 담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출연진은 밤샘 촬영 후 다음날 아침 제일 먼저 아이템을 쟁취하기 위해 때와 장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숙하며 밤을 지새운다.




/사진=JTBC ‘밤도깨비’/사진=JTBC ‘밤도깨비’


지난 30일 첫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밤도깨비’에서는 개그맨 정형돈, 이수근, 박성광, 세븐틴 승관이 삼척에서 1등으로 꽈배기 구매하기에 도전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출연진들이 삼척고속버스터미널에 모인 것은 자정에 가까운 시각.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를 마무리할 때 밤도깨비들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먼저 이수근과 정형돈의 호흡이 눈에 띄었다. 유재석 라인의 정형돈과 강호동 라인의 이수근은 비슷한 캐릭터를 가졌지만 가는 길이 달라서 자주 만나지 못했다며 인사를 나눴다. 정형돈은 먼저 동시간대 KBS2에서 방송되는 ‘1박 2일’을 언급했다. 이수근은 토요일에 ‘무한도전’과 붙었어야 했다며 받아쳤다.

그런가하면 네 사람 모두 평소 밤잠이 없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졸음을 이겨내는데 자신감을 드러낸 것. 이날 밤도깨비들이 1등으로 차지해야 할 아이템은 꽈배기였다. 제한 수량만 한정으로 판매하며 10분 만에 완판을 기록한다는 명물 중의 명물이라고. 그 소문이 진짜인지 확인하기 위해 멤버들은 각자 다른 택시에 타서 삼척 꽈배기 집으로 가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네 개의 택시 모두 근덕면에 위치한 꽈배기 가게로 모였고, 맛집임이 인증됐다. 불이 꺼져있는 꽈배기집 내부를 구경한 네 사람은 근처에 있는 베이스캠프로 이동했다. 새벽 한시가 가까워진 시각이 돼서야 도착한 베이스캠프는 동네에 단 하나 있는 목욕탕 옥상이었다.

본격적인 밤새기에 앞서, 제작진은 네 사람의 시계와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시간을 알면 밤 새기가 너무 쉽다는 이유였다. 그럼에도 밤도깨비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수근, 정형돈, 박성광 모두 KBS 개그맨 출신. 상 난간에 매달려서 가장 늦게 떨어지기, 집에서 가족들이 뭐하고 있는지 맞히기 등 알아서 잘 노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그러다 새벽 2시경, 갑자기 꽈배기 가게에 불이 켜졌다. 혹시나 벌써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것은 아닌지 가게에 다녀 올 사람을 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뼈그맨’들은 이 와중에도 제기차기로 다녀올 사람을 정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박성광이 당첨됐다.

알고 보니 꽈배기 가게 사장님이 반죽을 만들기 위해 일어났던 것. 12가지의 재료를 혼합한 후 반죽을 해야 하기 때문에 꼭두새벽부터 준비해야만 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일찍 와서 줄을 서는 사람들의 고생은 물론, 그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그보다 더 전부터 노력하는 사장님의 노고까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사진=JTBC ‘밤도깨비’/사진=JTBC ‘밤도깨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점차 감을 잡을 수 없을 무렵, 오직 시간 하나를 알려주기 위해 서울에서 삼척까지 찾아온 시간 요정 소유가 등장했다. 음원 강자가 온 만큼 꽈배기 CM송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여러 유명 CM송을 부르게 됐다. 여기서도 아무 말 대잔치가 이어졌다. 떠오르는 CM송을 있는 대로 부른 후 개사했다.


그 사이 깨알 같이 게임도 치러졌다. 박성광은 정형돈, 이수근, 승관이 발 씻은 물로 세수를 해야 했고, 이수근은 손으로 수박을 깨야 했다. 제작진 누구도 시키지 않은 게임이었지만 밤도깨비들은 알아서 게임을 제시하고 벌칙을 만들어 수행했다. 새벽이 깊어갈수록 하나 둘 정신줄을 놓기 시작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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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마저 떠나고 난 뒤 체력적인 한계를 느낀 네 사람은 결국 새벽잠에 빠졌다. 그러다 눈을 뜨니 새벽 5시 30분. 정형돈부터 30분씩 꽈배기 가게 앞을 지키기로 했다. 그러다 정형돈은 “나이 마흔 넘은 형이 수박 깨고, 내일 모레 마흔인 박성광은 발 씻은 물로 세수하고, 핫한 아이돌 승관은 꽈배기 먹으려고 줄 서있고, 소유는 뭐 하러 온 거야”라며 분노하기도 했다. 잠을 제대로 못 자 널뛰는 감정을 제어할 수 없던 것.

오픈 시간이 점점 가까워오자 네 사람이 모두 꽈배기 가게 앞에 모였다. 막간을 이용해 꽈배기로 삼행시를 하는데 역시나 밤샘 후유증으로 아무 말 대잔치가 펼쳐졌다. 줄을 서기 위해 온 부부에게 강아지 대신 저 좀 안고 있어달라는 드립도 서슴없이 나왔다. 8시부터는 본격적으로 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동네 사람들은 이 같은 풍경이 낯설지 않다는 듯 반응했다.

9시가 돼서 드디어 문이 열리고 사장님이 직접 나와 감사와 양해의 말을 건넸다. 한 사람에게 오직 한 봉지씩만 팔 수 있으며 30봉 한정판매라는 것. 밀 재배, 반죽, 포장까지 수제로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밤도깨비는 뒷사람들을 위해 한 봉지만 구매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이런 상황에서 쓰이는 것이었을 까. 꽈배기는 10분 만에 완판 됐고, 네 사람은 꽈배기의 맛에 만족했다.

단순해도 너무 단순한 포맷이다. 전날 미리 가게 앞에 찾아가 영업시간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끝이다. 물론 1등으로 아이템을 쟁취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것이 어려운 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것을 제외하고 특별한 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중간에 잠을 자도 되고 교대 근무도 모두 허용된다.

그야말로 근본 없는 프로그램이다. 아무 생각 없이 보면서 웃음이 나온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다. 흔히들 새벽감성이라고 한다. 새벽에는 나조차 컨트롤 할 수 없는 말이 나온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네 명 중 세 명이 개그맨이었다. 낮 시간이라면 시도하지 않았을 게임과 애드립이 난무했다. 멤버들 케미가 오를수록 재미도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사진=JTBC ‘밤도깨비’/사진=JTBC ‘밤도깨비’


MBC에서 ‘나 혼자 산다’를 연출한 이지선 PD가 JTBC로 이적한 후 처음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이 PD는 앞서 맡았던 ‘나 혼자 산다’에서 관찰 예능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번 ‘밤도깨비’도 시계와 휴대폰을 압수한다는 것 외에는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 한다. 그야말로 출연자들이 이끌어가는 방송인 것이다.

다음 주부터는 새로운 고정 멤버인 FT아일랜드의 이홍기와 뉴이스트 김종현이 투입된다. 젊은 피가 둘이나 늘어나는 만큼 색다른 재미를 기대해볼 수도 있겠다. 동시간대 경쟁하는 KBS2 ‘1박 2일’이나 SBS ‘판타스틱 듀오’와 비교할 때 확실히 작은 규모이지만 오히려 소소한 상황에서 오는 재미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멤버들의 합이 관건이다.

최근 별다른 핫한 신제품 출시 소식이 없어 2회에도 맛집을 사수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든다. 새로운 핫 아이템이 출시될 경우 또 다른 밤샘의 묘미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 PD가 제작발표회에서 말했던 것처럼 핫한 아이템은 도대체 몇 시에 가야 ‘득템’할 수 있을 것인가를 알아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멤버가 완벽하게 구성되지 않은 첫 방송 치고 나쁘지 않았다. 규모가 작은 만큼 조금 길게 봐달라고 한 이 PD의 당부가 이해되기도 한다. 초장부터 눈을 사로잡는 볼거리로 신선한 감동과 웃음을 추구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관찰이 중심인 만큼, 다소 자유분방한 포맷을 다듬어 나가면서 멤버들의 케미를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가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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