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운전 차가 불법 주차한 차를 들이받았다면 누구의 잘못이 더 클까.
박모씨는 지난해 2월 초 새벽 경기도 용인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69%의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 3차로에 불법 주차된 대형 트레일러를 들이받았다. 당시 트레일러가 주차한 곳은 자동차 검사소 진입을 위해 설치된 대기 차로(포켓 차로)였다. 이 사고로 박씨 차량의 조수석에 타고 있던 한모씨는 오른쪽 발목이 부러졌다.
보험회사는 ‘무보험 자동차에 의한 상해 담보 특약’에 따라 한씨에게 보험금 5,346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불법 주차했던 트레일러와 공제 계약을 맺은 전국화물차운송사업연합회 측에 구상금을 청구했다. 불법 주차한 트레일러의 과실도 있는 만큼 한씨에게 준 보험금의 절반가량인 2,800여만원을 운송사업회가 대신 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3단독 김형률 판사는 트레일러의 과실은 10%에 불과하다며 운송사업회가 보험사에 534만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음주운전 차의 책임이 90%가량에 이를 정도로 훨씬 크다고 본 것이다.
김 판사는 “트레일러가 도로에 주차했으면서도 후행 차량을 위해 안전표지 등을 전혀 설치하지 않은 잘못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박씨 차량이 2차로를 정상적으로 주행했다면 진입할 이유가 전혀 없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고가 난 장소는 적지 않은 가로등이 있어 주차된 트레일러를 발견하는 게 어렵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이런 상황에서 박씨 차량이 트레일러를 피하지 못한 건 결국 음주 운전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