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Uber)의 트래비스 캘러닉 전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와 주주들의 압박으로 사퇴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후임 CEO 인선 작업이 순탄하지 않다. 유력 후보로 꼽혔던 멕 휘트먼 휴렛팩커드 CEO가 ‘생각이 없다’며 거부 의사를 표해 상황은 더 꼬였다.
IT 전문매체 리코드는 31일(현지시간) 우버 내부에서 ‘남성 중심주의’ 문화와 성희롱 추문을 잠재우기 위해선 여성 CEO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이사회 내부의 복잡한 파벌 다툼 등으로 차기 CEO는 남성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후임 인선이 늦어지는 가운데 캘러닉 전 CEO가 최근 몇몇 측근들에게 자신이 “스티브 잡스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그의 복귀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을 창업해 매킨토시 컴퓨터로 성공을 거뒀지만, 회사 내부 사정으로 애플을 떠났다. 그는 퇴사 후 차린 넥스트라는 회사가 애플에 인수되면서 다시 애플 CEO로 복귀한 바 있다.
캘러닉은 우버에 있으면서 강력한 리더십과 뛰어난 사업수완을 발휘해 아직도 상당수의 간부가 그를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CEO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이사회 멤버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리코드는 “만일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휘트먼을 영입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면 그녀는 우버의 맡을 생각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일부 이사들은 아예 그녀와 접촉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캘러닉이 CEO로 재직할 당시 휘트먼은 우버에 대한 애정으로 캘러닉에게 여러 조언을 했던 인물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영입과정에서 캘러닉이 적극적으로 나섰는지, 아니면 오히려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우버에 거액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상황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CEO는 캘러닉의 복귀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캘러닉은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고 기존 주주들의 영향력을 축소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NYT는 전했다.
리코드는 사내와 사외 인사들로 구성된 이사회 내부의 갈등과 캘러닉 CEO의 계속되는 개입 등이 우버의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코드는 “자기네 파벌 내부에서의 갈등과 뒤통수 때리기, 언론의 매서운 감시, 의문의 여지가 있는 외부의 영향력, 변덕스러운 지도자, 이 모든 것들은 모든 사람을 영속적인 불확실성의 상태로 만든다”면서 “이건 트럼프 행정부를 얘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 차량공유업체 우버도 비슷한 사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캘러닉은 사퇴한 후 언론 재벌이자 익스피디아 회장인 배리 딜러 소유의 호화 요트를 타고 남태평양의 타히티로 여행을 다녀왔다고 전해졌다. 그가 떠난 요트 여행에는 CNN의 유명 앵커 앤더슨 쿠퍼 등이 동행했다고 리코드는 전했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