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전직 임원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KAI 관련 방산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1일 배임수재 등 혐의로 윤모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윤씨는 KAI 본부장으로 있으면서 업무와 관련해 협력업체로부터 수억원대에 달하는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그간 검찰은 KAI가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고등훈련기 T-50, 경공격기 FA-50 등을 개발해 군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원가의 한 항목인 개발비를 부풀리는 식으로 수백억원대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집중적으로 혐의를 파헤쳐 왔다.
특히 세 차례에 걸쳐 본사 및 협력업체 압수수색을 한 검찰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납품 관련 문서와 회계장부를 분석하면서 KAI와 협력업체 간 의심스러운 자금 거래를 포착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압수물 분석과 계좌추적 결과, 한 협력사 대표가 친인척 명의로 여러 개의 차명계좌를 관리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업체는 지난달 18일 검찰이 압수수색한 KAI 협력업체 5곳 중 한 곳이다.
검찰은 회사 대표가 회삿돈을 일부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이들 자금이 KAI 경영진에 상납용으로 들어갔는지를 확인하는 데 주력해왔다.
윤씨가 수년 전 KAI 임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긴 정황도 이런 추적 과정에서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KAI 생산본부 소속 간부 이모(60)씨도 2015년 검찰 수사에서 배임수재 혐의가 드러나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그는 2012년 항공기 조립장비 납품 계약을 하면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협력업체로부터 수억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다만 윤씨 혐의와 관련해 하성용 전 KAI 사장과의 연관성이나 조직적인 비자금 조성 의혹과의 연계성은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번 KAI 비리 의혹 수사와 관련해 KAI 관계자의 범죄 혐의를 특정해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은 배임 혐의를 받는 인사운영팀 손승범 전 차장 이후 두 번째다.
검찰은 지난해 6월부터 전담팀을 구성해 손씨의 행방을 뒤쫓은 데 이어 지난 24일 공개수사로 전환했지만 아직 손씨를 검거하지 못하고 있다.
윤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은 3일 열릴 예정이다. 구속 여부는 3일 오후 또는 4일 오전에 결정될 전망이다.
윤씨의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KAI 경영비리 전반에 대한 수사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