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방송된 ‘냄비받침’은 이경규가 걸크러쉬 여야 대표 여성 의원과 함께 날 선 검과 따뜻한 공감이 공존하는 시간을 가졌다. 더불어 민주당의 손혜원 의원은 초선이지만 여당 실세로 불리며 청문회에서 스타가 되었고,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연륜의 4선 의원이다.
알고 보니 손 의원과 나 의원은 여야를 떠나 서로 호감을 갖고 교육문화체육 상임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동료 의원이었다. 두 의원은 시종일관 밝게 웃으며 대화를 나눴지만, 할 말은 하는 ‘센 언니’들답게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서로를 존중하며 따뜻한 연대감을 보이며 화끈한 걸크러쉬의 매력을 발산했다.
손 의원은 1955년생, 나 의원은 1963년생으로 나이 차이가 나지만, 손의원은 “4선과 초선은 밥도 같이 안 먹는 듯 하다”며 자세를 낮췄고 나 의원은 “4선과 초선은 원래 같이 안 한다”며 ‘냄비받침’에 함께 출연하는 것이 특별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손 의원은 “나도 4선이어도 아무하고나 안 한다”고 대응했고, 나 의원은 “적극성이 탁월한 분”이라며 “우리 당에도 이런 분이 계셨으면”이라고 응수하며 서로 들었다 놨다 ‘핑퐁’ 입담을 자랑했다.
두 의원은 외모 이야기를 하며 기 싸움과 여야합의까지 일사천리로 이뤄냈다. ‘새누리당 김태희’라는 별명을 가졌던 나 의원이 외모 때문에 자신이 정치를 쉽게 한다는 오해가 있다고 털어놓자 손의원은 “추미애 대표도 예쁜데 가꾸지를 않는다”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나 의원은 “가꿔서 예쁜데 아닌데”라며 원조 얼짱 국회의원의 자존심을 챙겼다. 남성 의원들의 얼평(얼굴평가)에서도 손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을, 나 의원은 유승민 안철수 등을 꼽으며 취향 차이를 드러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닮은꼴로 불리는 이경규가 홍준표 대표보다는 낫다는 데에는 동의하며 ‘여야합의’를 이뤄 웃음을 선사했다.
두 사람은 정치 행보에 있어서도 통 큰 언니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손 의원은 “다시는 국회의원을 하지 않겠다”면서도 “비례대표 1번 아니면 안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나 의원은 자신이 비례대표로 나설 때 15번에서 11번으로 나온 경험을 이야기하며 손 의원의 호기를 여유롭게 바라봤다. 나 의원은 자신이 과거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것도 패배가 결정된 자리에 희생양처럼 나섰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내년에 다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니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서, 가능성이 1%라도 있다면 “안 한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말을 아꼈다.
두 사람은 이슈메이커답게 사과도 화끈했다. 손 의원은 위안부 할머니 빈소에서의 기념촬영으로 인한 논란에 깔끔하게 사과를 했고, 청문회 중 “닥치세요”라고 말한 것은 “작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나 의원이 “싸우지 말고 화해했으면 좋겠다”고 충고하자 손 의원은 “선배의 말을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 의원은 조국, 원희룡, 김난도 등 서울대 82학번 동기 중 썸을 탄 사람을 묻는 질문에 “커피 한 잔으로는 말 못 한다”며 예능감을 과시했다.
이에 각종 SNS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두 분 적당히 견제하며 재미있는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앞으로도 사이 좋게 정치를 이끌어주었으면 좋겠다” 등의 호평을 전했다.
좋으면 좋고, 아니면 냄비받침으로 써도 좋을 나를 위한 궁극의 인생템 ‘냄비받침’은 매주 화요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