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 이란을 한꺼번에 제재하는 패키지 법안이 발효됐다.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러시아, 이란에 대한 기존 제재를 한층 강화하는 패키지 법안에 서명했다. 지난달 27일 법안이 상원 의회에서 가결된 지 엿새 만이다. 법안은 이들 3개국을 겨냥해 각각 발의돼 심의 중이던 제재 법안을 하나로 병합한 것이다. 지난달 25일 하원을, 이틀 뒤인 27일에는 상원을 통과했다. 모두 만장일치에 가까운 압도적인 찬성이었다.
북한 제재안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 북한으로의 원유 및 석유제품 유입을 봉쇄하고 다른 나라들이 북한과 인력·상품 거래 등을 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북한 노동자의 고용 금지, 북한과의 온라인 상품거래 금지, 북한 도박 사이트 차단, 북한 선박·유엔 대북 제재를 거부하는 국가 선박의 미국 영해 운항 금지 등 전방위 대북제재 방안이 포함됐다.
러시아 제재안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지도층에 타격을 주는 방안이 포함됐다. 미국 대선개입 해킹 사건도 제재 대상에 추가됐다. 러시아 기업의 미국과 유럽 내 석유 사업에 규제를 강화하기도 했다. 특히 대통령이 러시아 제재 완화나 정책변경을 할 수 없도록 완전히 차단하는 규정도 명시됐다. 러시아는 미 의회의 심의 단계부터 이미 반발을 가시화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28일 자국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 수를 700명 이상 감축하도록 하고 모스크바에 있는 별장과 창고 시설 등 미 외교 자산 2곳을 압류하는 보복 조치를 취했다.
이란 제재안은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무기 금수조치와 이란 혁명수비대 제재 등이 들어갔다.
앞서 일각에서는 ‘러시아 내통 의혹’에 시달려온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6일 간의 장고 끝에 법안에 서명했다. 자신의 측근과 가족이 이 같은 의혹에 직접 연루된 상황에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러시아 스캔들’을 더욱 확산시킬 위험 부담이 컸던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울며 겨자먹기’로 법안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는 속내를 밖으로 드러냈다. 그는 법안 서명 직후 공식성명을 내 “의회가 제재 법안에 대통령의 권한을 대체하는 위헌 조항들을 포함했다”면서 “법안은 큰 결함이 있다(significantly flawed)”고 비판했다. 대통령의 권한을 대신했다는 위헌 조항들이란 대통령이 러시아 제재를 포함한 대(對) 러시아 정책을 바꿀 수 없도록 한 규정을 지칭한 것이다. 그는 “의회가 선호하는 것을 고려하겠지만, 그 (위헌) 조항들은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에 부합하도록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분쟁을 해결하려는 유럽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의회가 이 법안을 활용해 방해하는 것을 자제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