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광주 북구 망월동 옛 5·18묘역 들머리에 자리한 위르겐 힌츠페터 추모비 옆엔 시든 국화 화분과 빛바랜 노란 리본만이 놓여 있다.
지난해 타계한 힌츠페터는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만섭(송강호)의 택시를 타고 5·18 진실을 취재하는 독일 기자의 실존인물이다. ‘광주에 묻히고 싶다’던 그의 유지를 받들어 고인의 머리카락과 손톱 일부가 무등산 분청사기함에 담겨 옛 5·18 묘역에 안치됐다.
힌츠페터를 기억하는 이들이 드물게 찾아와 맥주나 꽃을 놓고 가지만, 추모비는 대부분 쓸쓸하게 보낸다고 묘역 관리인은 설명했다. 여름이 찾아오고 억센 잡초 줄기까지 뒤엉키면서 최근 들어 추모비 주변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묘역을 운영하는 광주시는 영화 흥행에 힘입어 힌츠페터 추모 분위기가 되살아날 것을 기대하며 이날 추모비 정비에 들어갔다. 무성하게 자란 들풀을 베어내고, 주변 돌 틈에 뿌리내린 잡초 포기마저 손으로 모두 뽑아낼 계획이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SNS에 힌츠페터 묘소에 풀이 많이 자라있다는 글이 올라 정리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힌츠페터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씨가 오는 8일 한국을 찾아 서울에서 ‘택시운전사’를 관람한 뒤 광주를 재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푸른 눈의 목격자’로 불리는 힌츠페터는 독일 제1공영방송 ARD 산하 NDR의 일본 특파원으로 있던 1980년 5월 20일 광주를 찾았다. 그는 계엄군이 자행한 학살과 시민의 항쟁을 영상으로 담았다. 고립된 광주의 상황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일본공항까지 직접 필름을 배달한 뒤 23일 다시 광주로 돌아왔다. 고인은 생전에 5·18 민주화운동을 “내 생애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최초의 엄청난 슬픔과 서러움”이라고 회고했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