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의 융단폭격만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데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부자증세 프레임에 갇혀서는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대책 발표 하루 전 KB금융지주가 내놓은 부자보고서는 시사적이다. 이들의 제1투자처가 재건축·재개발이었다. 8·2대책으로 투기판이나 다름없는 재건축·재개발 지분 거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도는 단기 부동자금이 자그마치 1,000조원을 넘는다. 부동산을 기웃거리는 부동자금을 자본시장을 비롯한 생산적 투자처로 흘려보내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더구나 시중에 자금이 풀려도 돌지 않는 풍요 속의 빈곤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돈이 돌지 않는 현상은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통화승수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개인금고 수요가 늘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올 세제개편에서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이 소홀히 다뤄진 것은 아쉽다. 국민 재테크 통장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세제 혜택이 늘기는 했지만 미흡한데다 높은 가입 문턱은 그대로다. 금융종합과세 대상자는 이번에도 가입자격이 배제됐다. 오히려 파생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는 강화됐다.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의 비과세는 3년 연장하면서 주식형 해외펀드의 비과세는 일몰 종료하는 것이 조세 평형성에 맞는지 의문이다. 망국적 부동산 투기 바람에 금융 세제를 소득재분배의 잣대로만 보는 것은 단견이다. 부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기는 싫고 부동산시장은 안정시키고 싶다는 것은 과욕에 가깝다. 부동자금이 경제 전반에 흘려가도록 기업공개(IPO)를 비롯한 자본시장 수요기반 확충 노력을 병행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