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의 멸망 이후 행정제도를 갖춘 나라가 등장하기까지 유럽은 그야말로 전쟁터였습니다. 우리가 중세라고 부르는 당시에는 이슬람 국가들이 고대 서양의 유산과 지식을 이어받아 발전을 시켜왔습니다. 중세는 신권을 앞세운 유럽의 기독교와 앞선 문명으로 무장한 이슬람교가 충돌하는 그야말로 신들의 전쟁이 벌어졌던 시대입니다.”
4일 송파도서관에서 열린 안인희(사진) 박사의 고인돌강좌 ‘신들의 전쟁: 유럽의 중세’ 중에서 2강 ‘지중해 세계의 종교전쟁’에서 476년 서로마제국의 멸망 이후 700여년 동안 유럽에서 벌어진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충돌을 ‘신들의 전쟁’이라고 정의를 내리며 이같이 설명했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시민과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아카데미로 올해 5회째다.
안 박사는 스페인이 1492년 그라나다를 되찾으면서 이슬람국가를 이베리아반도에서 내 보내고 ‘레콩키스타(재정복)’를 완성하기까지의 역사를 설명했다.
“고대 그리스의 헬레니즘이 꽃을 피운 곳은 이집트로 프톨레마이우스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과 박물관을 지어 지식을 집대성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도서관과 박물관에 지식인들이 모여 문헌을 정리하고 문법을 체계적으로 확립한다는 것은 문명의 체계 즉 뼈대를 세우는 작업과 같은 것이다. 언어가 지식을 흡수하는 도구라는 것을 알았던 그들이 문법의 체계를 이뤄낸 것도 그때였다. 이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아랍인들에 의해 발전되어 당대에 최고 지식인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로마제국이 멸망한 이후 유럽이 혼란에 빠져있었던 것도 이같은 지적인 체계를 승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세에 기독교와 이슬람의 충돌은 당시 앞서나가던 이슬람제국의 문명이 유럽을 넘보던 시기였다.”
스페인, 터키 등에는 문명이 충돌하면서 새로운 문화와 유산을 만들어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순수문화보다 북합문화가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이라는 의미다.
오전 10시에 열린 이날 강의에는 70여명의 참석해 세미나실을 가득 메웠다. 마치 피서지를 도서관으로 선택한 것 같은 풍경을 연출했다.
안 박사는 “중세의 역사를 이해하고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그 지역의 문화유산을 이해하는 눈이 넓어지며, 새로운 문명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면서 “고대 그리스 로마의 지성이 어떻게 계승발전되어왔는지, 그리고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지금까지 분쟁을 벌이는 이유도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총 5강으로 이뤄진 이번 강의는 1강, 중세 유럽의 역사와 종교, 2강. 신들의 전쟁-지중해 세계의 종교전쟁, 3강. 중세문학-현대 판타지물의 원천, 4강. 르네상스의 문화-이탈리아가 유럽의 스승이 되다, 5강. 르네상스 미술의 비밀-원근법과 공간 등으로 진행된다.
한편, 생애 주기별 인문학 프로그램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산하 21개 도서관과 3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다양한 주제를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풀어내는 강좌를 오는 12월까지 개설해 나갈 예정이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