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는 이날 이 부회장 등 삼성 뇌물 사건 피고인 5명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결심공판은 검찰의 구형에 이어 변호인 최후변론, 피고인들의 최후진술 순으로 이루어 진다. 선고일자는 재판부가 공판 말미에 고지할 예쩡이다. 구속 피고인의 경우 관례적으로 6개월인 구속기간 만료 전에 선고하게 된다. 이에 따라 선고공판은 이 부회장 구속 만료일인 오는 27일 이전에 열린다.
삼성 뇌물 사건은 국정농단 의혹의 가장 큰 축으로 알려져 있다. 최씨의 국정농단 행각도 지난해 9월 한 언론을 통해 삼성이 정씨에게 승마 특혜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보도된 후 본격적으로 이루어 졌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특검은 섬성의 뇌물 의혹을 집중 수사를 진행했다. 2개월여간의 수사 끝에 특검은 지난 1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 처리됐다. 이어 보강수사를 거쳐 지난 2월 영장 재청구 끝에 이 부회장을 구속한 바 있다.
‘세기의 재판’으로 불렸던 이번 재판 기간 동안 특검과 삼성 측은 서로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특검은 박영수 특검을 비롯해 양재식 특별검사보, 윤석열 수사팀장(현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재판에 참석하며 혐의 입증에 총력을 쏟았다. 삼성도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송우철 변호사 등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23명과 대법원장 비서실장 출신인 김종훈 변호사를 선임해 방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세 차례 면담에서 정유라 승마 지원 등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 대한 금전적 지원을 부탁했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은 이를 대가로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도움을 청탁했다는 혐의. 이 같은 대가관계가 합의된 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주도적으로 최씨 측에 승마 지원 등 총 433억원의 뇌물을 건넸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박 특검은 지난 4월 첫 공판에 출석해 “(삼성 뇌물 사건은) 우리사회에서 가장 고질적이고 전형적인 정경유착 범죄”라며 “(이 부회장이) 최소 자금으로 계열사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해 경영권을 승계하고 그룹 지배권 강화를 위해 대통령에게 청탁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삼성은 이 부회장 방어에 총력을 기울였다. 단독 면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대한승마협회 인수 등 승마 유망주 지원을 요청했을 뿐 ‘정유라’를 거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경영권 승계에 대한 이야기도 일절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유라 승마 지원도 최씨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삼성이 해코지 당할 것을 우려한 것이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은 정상적인 출연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 같은 지원 내용을 일절 알지 못했다고 맞섰다.
이 부회장은 지난 2~3일 진행된 피고인신문을 통해 특검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그는 “(면담에선) 박 전 대통령의 일방적 요구만 있었다. 승계 작업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며 “승계 도움을 받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으며 면담 당시에 승계 문제를 대통령에게 부탁할 겨를도 없었다”고 전했다.
50회가 넘는 공판 동안 불려 나온 중인도 6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2일 정유라씨가 전격적으로 법정에 출석해 삼성 측에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고 정씨 모친인 최씨는 지난달 26일 ‘자발적으로’ 출석했지만 증언은 거부한 것, 안종범 전 경제수석 등 박근혜정부 청와대 실세들도 다수가 출석했으며 2명의 공정거래위원장(정재찬·김상조)과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 행정부 인사들도 증언했다.
하지만 뇌물 수수자로 별도 재판을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두 차례의 구인장 발부에도 불구, 끝내 출석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 재판 결과는 박 전 대통령 재판 결과를 전망하는 데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재경지법 한 판사는 “직접적 영향은 없겠지만 뇌물 사건의 경우 수수자와 공여자가 다른 판단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