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부동산대책은 올 하반기 분양시장에 큰 악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가 이번 대책을 통해 분양가상한제 및 청약제도 등 분양시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제도뿐 아니라 금융·정비사업 등을 총망라한 규제책을 꺼냈기 때문이다. 이에 올 하반기 분양을 계획했던 건설사들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을 뿐 아니라 가을 분양시장을 기다리던 수요자들의 시름 역시 깊어지게 됐다.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분양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8·2대책으로 분양시장의 타격도 불가피하다”면서 “분양권 거래시장의 환금성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조정대상지역 등에서 1순위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가점제 적용을 확대하는 것은 가을 분양시장 성수기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가 지난 6월 집계한 올 하반기 전국 분양물량은 23만1,000여가구였다. 상반기(16만7,921가구)보다 38%나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 것. 특히 서울과 부산·세종 등 부동산시장의 분위기가 좋은 지역에서 많은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당시 조사에서는 서울의 예정 분양물량만 4만5,017가구로 상반기(1만7,181가구)에 비해 162% 많았으며 2001년 하반기(4만599가구)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돌변했다.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청약 흥행을 기대하기는커녕 미분양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는 이번 대책이 투기 등의 가수요를 걷어낼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부동산시장의 전반적인 심리를 위축시키고 실수요자의 돈줄까지 옥죄면서 나오는 우려다. 가령 정부는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가점제 적용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무주택 실수요자들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서울 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어버리면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강화하자 충분한 자금이 없는 무주택자의 청약시장 진입 장벽은 한층 높아지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통한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한 부분 역시 분양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부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대책에 따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27개 지역에서는 재건축 매물을 사고팔 수 없다. 재건축 아파트의 과열을 식힐 수 있는 극약 처방이기는 하지만 이들 아파트단지의 시세 책정에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문제는 거래가 사실상 멈추면서 시세 측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는 조합원 분양가뿐 아니라 일반 분양가 책정에 어려움을 만들면서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역시 분양시장에 혼란을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바꾸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일반 분양가를 높게 책정해 사업성을 높이려던 재건축 조합과 건설사들의 전략에는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실제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 부담을 느낀 건설사들은 대책 발표 직후 올 하반기 예정됐던 전국 7곳 6,750가구의 분양을 내년으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추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셈법이다. 함 센터장은 “청약 대기수요가 탄탄하지 못한 지역이거나 소비자의 분양가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고분양가 사업장은 순위 내 마감을 장담할 수 없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