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5만원권 발행잔액은 80조3,642억원이다. 2009년 6월 첫 발행된 뒤 5만원권의 발행잔액이 8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폐발행잔액은 한국은행이 시중에 공급한 화폐 중 환수된 돈을 제외하고 시중에 남은 금액을 뜻한다.
5만원권 발행잔액은 전체(101조3,685억원)의 79.3%을 차지한다. 전체 지폐 장수(49억8,100만장) 가운데서도 32.3%(16억700만장)로 1만원권(15억6,300만장)보다 많다. 시중에 유통되는 지폐 3장 중 1장이 5만원권인 셈이다.
5만원권은 보관과 사용이 편리하다는 점에서 발행과 유통이 늘고 있다. 특히 비상금으로 선호도가 높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3월 발표한 ‘2015년도 경제주체별 화폐사용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계가 비상용으로 쌓아놓은 ‘예비용 현금’의 80.7%가 5만원권이었다. 기업도 보유현금을 확대하면 5만원권으로 늘리겠다고 답했다.
고액권인 5만원권은 비리·불법자금에 쓰이거나 탈세와 돈세탁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았다. 다만 고액권 사용 증가는 물가 상승과 함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설명도 있다. 김광명 한은 발권기획팀장은 “미국·일본 등 경제규모가 큰 나라들은 고액권의 발행잔액이 전체의 90%를 넘기도 한다”며 “우리나라 5만원권도 과거에 비하면 환수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