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중국원양자원 사실상 상폐 수순...거래소 "中기업 상장에 신중해달라

'의견거절' 재감사 보고서에

"투자은행들 각별 신경" 주문



중국원양자원이 재감사 감사보고서도 의견거절을 받으며 사실상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중국기업의 ‘일탈’이 거듭되자 한국거래소는 중국기업의 국내 상장에 대해 신중 모드로 급선회했다. 국내 투자은행(IB)들에 중국기업 상장에 각별한 신경을 써줄 것을 주문했다. 상장 실사를 맡았던 국내 증권사들 역시 부실 중국기업 상장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중국 일변도에서 탈피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8일 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거래소는 국내 주요 IB 관계자 간담회를 열어 중국기업 상장을 연기하거나 신중을 기해달라고 요청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중국기업 상장을 지금처럼 유지해서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감독 당국도 중국기업을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말했다. IB 업계 관계자도 “거래소가 직접 요청한 만큼 중국기업의 상장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며 “상장심사 강도를 높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만큼 당분간 중국기업의 국내 상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거래소를 포함해 국내 IB들에 중국은 해외기업 상장 실적의 주력 대상이었다. 지난해 전체 해외기업 상장사 7곳 중 6곳이 중국기업이라는 점에서 거래소가 중국기업 상장에 사실상 제동을 걸고 나선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장 외형적인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더라도 내실을 다지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중국 상장사에 투자심리는 이미 바닥”이라며 “친주주정책과 배당을 실행해도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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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상장된 중국원양자원이 상장 폐지되면 유가증권시장에는 중국기업이 한 곳도 남지 않게 된다. 2011년 회계문제로 거래가 정지된 후 상폐된 고섬사태 이후 국내 증시에 상장된 연합과기·성융광전투자 등도 감사의견 거절 이후 상장폐지됐고 투자자들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2007년 중국기업이 국내 증시에 처음으로 입성한 후 상장된 중국기업 22곳 가운데 원양자원도 상폐되면 13곳만 살아남게 된다. 생존율은 59%에 불과하다. 차이나포비아(중국 공포증)는 오는 10일 올해 첫 상장 중국기업인 화장품 원료업체 컬러레이의 공모주 청약이 미달시키기도 했다.

상장폐지가 완료된 중국기업 중 회계가 문제가 됐던 4곳은 미래에셋대우(006800)(옛 대우증권)가 주관사였다. 이번 중국원양자원은 KB증권(옛 현대증권)이 주관을 맡았다. 거래소가 IB들에 중국기업 상장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국내 증권사 신뢰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거래소의 기업공개(IPO) 신중 모드가 IB들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해외기업은 국내법에 의해 제재·관리를 할 수 없어 검증역량이 미흡했던 게 사실이지만 중국기업 상장 자체를 부정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국내 IB들이 그동안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실력과 네트워크를 높여왔기 때문에 초기와는 경쟁력이 달라졌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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