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서버 등의 저장용량과 속도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새로운 반도체 제품군을 선보였다. 반도체 칩 하나에 HD급 영화 80편이 저장될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이다. 이 제품들은 당장 내년부터 상용화돼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시대를 선도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8일 미국 산타클라라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17(Flash Memory Summit)’에서 세계 최대용량 1테라비트(Tb) V낸드(3D 낸드)와 차세대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솔루션을 선보였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지면 저장된 자료가 사라지는 D램과 달리 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메모리에 데이터가 계속 저장되는 반도체다. 폭주하는 데이터 시장의 수요와 맞물려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이끄는 대표적 제품으로 꼽힌다. 특히 V낸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3차원 공간에 수직으로 쌓아서 하나의 칩을 만드는데, 삼성전자는 현재 64단까지 셀을 쌓아서 하나의 칩을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서밋에서 한 개 칩의 용량을 기존 512기가비트(Gb)보다 2배 늘린 1Tb 낸드를 공개했다. 1Tb는 128기가 바이트(GB·1byte는 8bit)로 HD급 화질 영화 80편(편당 1.5GB 기준) 이상을 담을 수 있는 용량이다. 1Tb 낸드를 상품화하면 16단을 적층해 하나의 단품 패키지로만 2테라바이트(TB)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효율성이 높고 작은 반도체가 탑재되면 전자기기는 점점 슬림해지고 서버 역시 같은 크기에서 훨씬 더 많은 용량을 저장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1Tb V낸드가 적용된 최대 용량의 SSD 제품을 내년에 본격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 제품들은 통상 서버 →PC→스마트폰 등의 순으로 시장에서 활용된다. 반도체 기술 발전으로 스마트폰이 PC를 거의 완벽히 대체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번 서밋에서 서버 시스템 내 저장장치의 공간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SSD 규격인 ‘NGSFF(Next Generation Small Form Factor) SSD’도 공개하고 오는 4·4분기에 양산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시스템을 이 규격으로 대체하면 같은 공간에서 저장용량을 4배까지 높일 수 있어 데이터센터 및 다양한 서버 고객들이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성은 아울러 D램과 낸드의 장점을 고루 갖춘 ‘하이브리드형 반도체’인 Z-SSD도 선보였다. Z-SSD는 최적화된 동작회로를 구성해 성능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기존 SSD 대비 읽기 응답속도가 7배 빠르고, 읽기와 쓰기를 반복하는 시스템 환경에서는 최대 12배까지 향상된 응답속도 구현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실시간 빅데이터 분석과 고성능 서버용 캐시 등 빠른 응답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Z-SSD가 최적의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부사장)은 “V낸드 관련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AI, 빅데이터 등 미래 첨단 반도체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