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FORTUNE FEATURE|보이지 않는 판매채널

THE INVISIBLE SELLING MACHINE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상장 이후 두 배나 상승했다. 쇼피파이Shopify는 전지전능한 아마존이 마지 못해 내준 온라인 소매 부문에서 주요 시장을 정복했다. 사무실처럼 보이지 않는 캐나다 오타와 본사에서, 쇼피파이는 전자상거래 혁명에 조용히 힘을 보태고 있다.








쇼피파이는 스스로를 감추는 데 꽤 재능이 있다.

이 업체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2016년 1억 명 이상의 개인 쇼핑객이 상품을 구매할 정도로 진화를 거듭해왔다. 현재 40만 개 이상의 소매업체와 브랜드 고객들이 이 쇼피파이 플랫폼을 통해 구매 전 과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회사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다. 이 회사는 샌프란시스코나 뉴욕 소호SoHo가 아닌, 오타와 Ottawa에 있는 눈에 띄지 않는 6층 건물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오타와가 자랑하는 성공 신화는 쇼피파이가 아닌, 이 회사에서 10분 거리에 집무실이 있는 매력적인 쥐스탱 트뤼도Justin Trudeau 캐나다 총리다. 쇼피파이의 공동창립자 겸 CEO 토비아스 뤽케 Tobias Lutke (줄여서 ‘토비’) 는 올해 36세의 독일 출신 컴퓨터 프로그래머다. 수줍은 표정과 푸른 눈을 가진 토비는 집배원 모자와 자유로운 사고를 좋아하는 내성적인 인물이다.


쇼피파이의 공동창립자 겸 CEO 토비 뤽케.쇼피파이의 공동창립자 겸 CEO 토비 뤽케.



하지만 이 회사는 조용히, 그러나 공격적으로 아마존과 이베이 같은 대형 유통업체가 선점한 영역을 잠식해왔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큰 돈을 벌 수 있는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2004년 설립된 쇼피파이는 5개 도시에 지점과 2,000여 명의 직원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700명은 지난 2년 사이 고용한 사람들이다. 2016년 매출은 3억 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0%나 상승했다. 올해도 50%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16년에는 3,720만 달러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올해는 이 또한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주가도 2015년 상장 이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팀 페리스Tim Ferriss와 토니 로빈스 Tony Robbins 같은 이들을 고문과 파트너 등으로 두고 있다.

뤽케는 원대한 목표 하나를 갖고 있다. 모두가 전자상거래를 쉽게 이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워드프레스 WordPress를 통해 사람들이 블로그나 콘텐츠 웹사이트를 쉽게 개설할 수 있었던 것처럼, 쇼피파이를 활용하면 기술적 재능이 없는 사람들도 즉시 온라인 스토어를 개설하고 운영할 수 있다. 월 29달러를 지불하고 회원 가입을 하면, 회사는 어떤 상점 및 도메인 이름을 설정하고, 무엇을 팔고, 또 어떤 디자인 탬플릿을 사용해야 하는 지 결정할 수 있도록 상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상점이 개설되면, 회사는 재고 추적과 배송, 판매 및 마케팅 분석 같은 중추적 역할도 대행해주고 있다.

대부분 고객들은 태틀리 Tattly 나 마인드자이 Mindzai 같은 중소기업들이다. 태틀리는 브루클린 소재의 비영구 타투기업으로, 티나 로스 하이젠베르크 Tina Roth Eisenberg가 생일 파티에 다녀온 딸들의 가짜 문신에서 영감을 얻어 설립했다. 마인드자이는 토론토에 있는 크리스 창 Chris Tsang의 고급 장난감 스토어다. 그는 처음엔 아파트에서 투잡으로 회사를 운영했지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후부터는 전업으로 물건을 팔고 있다.

유명 고객들도 점점 늘고 있다. 유명 가수 드레이크 Drake와 카니예 웨스트 Kanye West, 카일리 제너 Kylie Jenner 역시 쇼피파이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상품을 팔고 있고, 라디오헤드 Radiohead도 최근 출시한 앨범 판매에 이 플랫폼을 이용했다. 구글과 GE, 테슬라도 기업용 소프트웨어 쇼피파이 플러스 Shopify Plus를 월 2,000달러를 내고 사용하고 있다. 자체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보다, 쇼피파이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더 저렴하고 질적으로도 낫기 때문이다.

저명하고 시장성 높은 다수의 기업들이 쇼피파이를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은 유통업계가 변화하고 있다는 걸 시사해준다. 기업들은 더 이상 제품을 팔기 위해 중개인에게 돈을 지불할 필요 없이, 고객들과 직접 관계를 맺어 더 개인적인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유명 스피커업체 보스 Bose를 생각해보자. 자체 디지털 스토어를 통해 고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데, 굳이 보스가 소매점 판매를 위해 비용을 쓸 필요가 있을까? 바로 쇼피파이에 답이 있다.

판매업체들은 규모와 관계 없이 온라인 판매에 단일 인터페이스를 활용할 수 있다. 또 소셜미디어와 배송, 제조, 마케팅, 재고 추적 등 모든 판매 단계에서, 쇼피파이 앱스토어의 머천트 솔루션스 Merchant Solutions라는 무료 및 유료 서비스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쇼피파이가 최근 인수한 키트 Kit는 인공지능 기반의 가상 조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월 10달러를 받고 마케팅 조언을 해주거나, 온라인 장바구니에만 물건을 담아둔 고객들에게 연락을 취해주거나, 페이스북 광고를 대신 해주고 있다. 인튜이트 Intuit와 하우즈 Houzz, 메일침프 MailChimp같은 기업들이 쇼피파이 판매업체들을 위한 맞춤형 앱을 제작하고 있다(쇼피파이도 일정 몫을 챙긴다).

쇼피파이는 판매자들이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스토어에서도 제품을 팔 수 있도록 돕고 있다(자사 소프트웨어와 연동되는 매장 판매 기기를 제공한다).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그리고 최근에는 아마존 같은 소비자들의 허브가 타깃이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아마존이 쇼피파이의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간 유통 거물 아마존은 아마존 웹스토어 Amazon Webstore라는 소매업체용 자체 소프트웨어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가격이 높았다. 또 전적으로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쇼피파이나 빅커머스 BigCommerce 같은 신생 업체들과 경쟁도 벌여야 했다. 이 업체들은 구매자보단 판매자를 우대하며,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 나갔다. 결국 지난해 아마존은 웹스토어 문을 닫았고, 고객들에게 이 신생기업들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것을 권유했다. 그리고 지난 1월 쇼피파이가 아마존과의 통합을 발표했다. 고객들이 자사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거대 온라인 시장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회사 주가는 이 소식이 나온 직후 10% 가까이 급등했다. 쇼피파이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모든 분야를 독점하려는 아마존과 거리를 두지 않고, 오히려 판매결정권을 가질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기업이었다.

토비 뤽케가 사무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반대편에는 줄지어 늘어선 스노보드가 보였다. 그는 모국어인 독일어 억양으로 신중하게 말을 했다. 뤽케는 코블렌츠 Koblenz에서 자랐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서쪽으로 1시간 남짓 떨어진 유서 깊은 도시다.

그에겐 스노보드에 얽힌 사연이 많다. 2002년 브리티시 컬럼비아British Columbia의 휘슬러 Whistler로 스노보드 여행을 떠났고, 그곳에서 아내 피오나 매킨 Fiona McKean을 만났다. 곧 아내 고향인 오타와로 이사를 했고, 처가의 지인 스콧 레이크 Scott Lake와 만남을 가졌다. 두 사람은 ‘기술 사랑’이라는 공통점을 기반으로 우정을 나눴다. 뤽케는 어릴때부터 컴퓨터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지멘스 Siemens에서 프로그래밍 견습생으로 일하기 위해 17세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기도 했다. 레이크는 중소 기술기업의 부사장이었다. 이들은 회사를 공동창립하기로 의기투합 했다. 두 사람 모두 열정적인 스노보더여서 온라인으로 고급 스노보드를 팔기로 했다. 뤽케가 기술을 담당하고, 레이크는 사업운영을 맡았다.


오타와에 있는 쇼피파이 사무실은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을 연상시킨다(사진에는 미끄럼틀과 카트장이 보이지 않는다).오타와에 있는 쇼피파이 사무실은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을 연상시킨다(사진에는 미끄럼틀과 카트장이 보이지 않는다).



뤽케는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커머스Microsoft Commerce와 야후 스토어스Yahoo Stores 같은 대중적인 소프트웨어 옵션에 크게 실망했다. 두 소프트웨어 모두 투박한 기능에 비해 값이 비쌌다. 그래서 그는 아예 처음부터 자체 전자상거래 엔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경쟁사 제품보다 더 간단하고 빠르고 시각적으로 더 다채로운 엔진을 만들고자 했다. 그는 혁신적인 프로그래밍 시스템 루비 온 레일스 Ruby on Rails를 사용했다. 이 시스템은 덴마크 프로그래머 데이비드 하이네마이어 한손 David Heinemeier Hansson이 개발한 것이었다. 한손은 웹 기반 프로젝트 관리 툴인 베이스캠프Basecamp를 만들기도 했다. 지금은 절친이 된 한손은 “뤽케가 루비 온 레일스 개발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루비 온 레일스는 트위터, 에어비앤비, 그루폰, 사운드클라우드 Soundcloud, 기트허브 GitHub 등을 구축하는데에도 사용됐다.

레이크와 뤽케는 2004년 스노데블 Snowdevil이라는 기업을 설립했다. 매출이 약간 나오긴 했지만, 곧 이들은 뤽케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것이 더 좋은 사업기회가 될 것이라 판단했다. 그는 루비 온 레일스 커뮤니티에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전자상거래 관련 앱을 공개했다. 그들은 곧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 후 이들은 기업 이름을 제이디드 픽셀Jaded Pixel로 바꿨다. 영어를 잘 못하던 뤽케는 사명 속 제이디드 Jaded와 영어 단어 제이드Jade를 헷갈려 했다. *역주: Jaded는 싫증난, 지긋지긋한이라는 뜻이고 Jade는 옥색을 의미한다 뤽케는 독일로 전화를 걸어 15세 때부터 가장 친하게 지낸 다니엘 바이난드 Daniel Weinand를 불러 들였다. 그는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에 재능이 있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세 번째 공동창립자이기도 했다. 그 후 레이크는 회사 이름을 쇼피파이로 변경했다.

처음에는 사업이 천천히 굴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루비 온 레일스 커뮤니티와 디자인 업계의 입소문을 타고 20여 개의 기업 고객들이 생겨났다. 회사는 2006년 10월 8,000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당시 뤽케 부부는 장인 집에서 살고 있었다. 장인은 회사의 첫 투자자 중 한명으로, 얼마 안되는 인건비를 지원하기 위해 종종 이 공동창립자들에게 수표를 써주곤 했다.

이듬해 또 다른 투자자가 나타났다. 토론토에 사는 에인절 투자자 존 필립스 John Phillips가 전자상거래 웹사이트 개설을 도와주는 친구로부터 이 신생기업의 소문을 들었다. 그는 제품에 깊은 인상 받았고, 뤽케를 만난 후 더 큰 감명을 받았다. 그는 회사 가치를 300만 달러로 평가하고, 25만 달러짜리 수표를 써주었다.

곧 이어 기업의 방향성을 놓고 뤽케와 레이크의 논쟁이 벌어졌다. 레이크는 벤처캐피털의 지원을 받아 회사를 키우고 싶어했다. 반면 대기업이라면 치를 떠는 뤽케는 쇼피파이가 ‘전 세계 최고 25인의 강소기업’이 되길 희망했다. 그때 회사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결국 뤽케는 2008년 실리콘밸리로 날아가 벤처캐피털 업체 벤치마크 Benchmark와 세쿼이아 Sequoia , 액셀 Accel을 방문했다. 벤치마크와 세쿼이아가 관심을 보였지만, 이 두 기업은 쇼피파이의 실리콘밸리 이전을 논의하자고 했다. 뤽케는 “그 대목에서 흥미를 잃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레이크는 뤽케가 기업 성장을 주저하고 회사가 스타트업 단계를 벗어나자 싫증이 느껴졌다. 그래서 같은 해 소매업체를 위한 소셜 마케팅 분석도구 메트릭스 Source Metrics를 런칭했다. 그 때도 쇼피파이 이사직은 유지했다. 그 후 뤽케는 새 경영자를 찾아 나섰다. 그 때 필립스가 그에게 직접 기업을 운영해보라고 권유했다. 필립스는 “내가 토비에게 기업 경영을 제안 했을 때, 그는 한번도 그런걸 생각해본 적이 없는 상태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결국 뤽케는 동의했다. 필립스는 그에게 다른 성격을 가진 경영자들을 찾아보라고 은근히 압박으로 가했다. 그 결과 외향적이고 야심찬 성격의 소유자 할리 핀켈스타인 Harley Finkelstein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할 수 있었다. 그는 쇼피파이에서 티셔츠를 팔아 로스쿨 학비를 마련한 경험이 있었다. 뤽케는 그를 ‘창업자와의 만남’에서 본 적이 있었다.


쇼피파이의COO 할리 핀켈스타인.쇼피파이의COO 할리 핀켈스타인.



자기개발 전문가이자 기술 투자자인 팀 페리스 Tim Ferriss도 뤽케에게 중요한 조언을 했다. 뤽케는 페리스의 저서 ‘4시간 근무제(The 4-Hour Workweek)’를 읽고 매우 감명을 받아 2009년 루비 온 레일스의 연례 콘퍼런스 기조연설자로 그를 초청했다. 두 사람은 고무적인 창업자들에 대한 열정을 공유하면서 곧바로 친해졌다. 그 후 페리스는 회사가 ‘창업 경연대회(Build a Business competition)’ 아이디어를 구상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이 대회는 쇼피파이의 대표적인 마케팅 행사로, 참가자들이 8개월간 매장을 운영하며 경합을 벌이는 이벤트다. 처음에 뤽케는 대상 수상자에게 맥북 프로MacBook Pro를 제공할 생각이었다. 그 때 쇼피파이의 “엄청난 아이디어 보고(寶庫)”인 페리스가 10만 달러를 시상하라고 뤽케를 설득했다(페리스는 “가능하면 뤽케가 좀 더 폭넓게 생각하길 바랐다. 그가 좀 불편하게 느낄 정도로 말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이 경연대회는 쇼피파이게게 매우 중요한 행사가 되었다. 우승자들은 페리스뿐만 아니라 토니 로빈스, 유명 창업자 데이먼드 존 Daymond John, 라이프 코치 마리 폴레오 Marie Forleo와 러셀 시먼스 Russell Simmons에게도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

2010년에는 베서머 벤처스 Bessemer Ventures가 쇼피파이에 접촉을 해왔다. 이 업체는 전자상거래 사업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베서머는 몇달 간 끈질기게 구애를 펼쳤다. 뤽케는 그 때 그와 회사가 성장 준비를 마쳤다는 판단을 내렸다. 같은 해 12월 베서머는 시리즈A 펀딩으로 700만 달러를 투자했고, 10개월 후 쇼피파이는 시리즈 B 펀딩을 통해 다시 1,500만 달러를 유치했다. 2013년에는 9억 달러 가치를 인정 받아 1억 달러 대규모 펀딩을 받기도 했다.

그 덕분에 회사는 2015년 4월 상장에 성공했다. 뤽케는 IPO 자료에 포함된 서한에서 “주식 상장이 쇼피파이가 장기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결정이라고 확신한다. 쇼피파이가 다음 세기를 바라보는 기업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주식 공모가는 17달러였지만, 상장 후 28달러에 거래되기 시작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주가가 60달러까지 급등해있다.


뤽케는 스스로에 대해 “어릴 때부터 반항아 기질이 있었고 반권위주의적이었다”고 묘사했다. 그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지시하면, 반대로 할 생각부터 했다”고 말했다. 이런 성향은 지멘스에서 첫 직장을 잡았을 때도 문제가 됐다. 그는 기업 환경이 자신을 제약한다고 생각했다. 그 때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배가 볼록 나온 오토바이 통근자인 50대 직장 동료 선임 프로그래머 위르겐 J?rgen이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도 기업 문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을 해주었다. 뤽케는 그 때 중요한 교훈 하나를 얻었다고 한다. 그는 “본인이 하는 일은 비밀로 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모든 일이 풀리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쇼피파이가 이런 인습타파자들을 표용할 수 있는 일터가 되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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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한 한가지 예로 회사의 고용전략을 들 수 있다. 스포파이는 지원자들을 살필 때 이미 이룬 것보단 앞으로의 잠재력을 더 중시하고 있다.

스펙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의욕이 넘치는 지원자들에게 미래를 건다는 얘기다. 이런 기업철학은 순전히 필요에 의해 채택됐다(쇼피파이는 요건을 충족한 지원자들을 전부 채용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회사는 이 규칙을 여전히 지키고 있다. 스포파이는 이를 통해 다양한 배경과 성향을 가진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회사 전반에는 ‘획일화된’ 인재상을 거부하는 문화가 퍼져 있다. 그 대신 진실성과 자유로운 사고, 불편함을 편하게 느끼는 능력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갖고 있다. 또 다른 주요 요소로 ‘신뢰 배터리(trust battery)’ *역주: 뤽케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배터리가 동료들과의 관계 속에서 채워질 수도 방전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한 사람의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는 내부의 평가 잣대라 할 수 있다. 이 요소는 직원들이 새 아이디어를 추구할 때 얼마나 많은 재량권을 가질 수 있는지를 결정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직원들은 이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원칙에도 한계는 있다. 뤽케가 처음 추구했던 진실성은 타인의 감정이나 희망을 고려하지 않는 ‘무자비한 정직함(brutal honesty)’이었다. 그는 “내가 저질렀던 실수는 ‘모든 사람이 같은 것을 추구한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사람은 같은 결과물을 추구할 때에도 다른 소통 방법을 사용한다. 바로 그 점을 깨우쳤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자유로운 사고 때문에 쇼피파이는 도널드 트럼프와 관련된 논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겠지만, 대안우파 온라인 매체 브라이트바트 뉴스 네트워크 Breitbart News Network는 극우 성향을 갖고 있다. 과거 이 매체는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븐 배넌 Stephen Bannon이 운영했다. 브라이트 바트는 머그잔, 티셔츠, 맥주병 덮개, 모자에 ‘미국이 싫다구요? 재정착을 도와드리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새겨 팔려고 했고, 그 때 독자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쇼피파이를 이용했다.

쇼피파이가 채택한 이 같은 몇 가지 자유로운 사고방식 때문에 지난해 말 트럼프와의 관계가 드러났다. 뤽케는 브라이트 바트와의 관계를 끊으라는 압박에 시달렸다. 블로거들의 공개적 비난이 이어졌고, ‘#우버를 삭제하라 (# DeleteUber)’ 캠페인을 모방한 ‘#스포파이를 삭제하라 (#DeleteShopify)’ 운동이 소셜미디어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뤽케는 블로그 사이트 미디엄 포스트Medium post에 ‘언론의 자유를 지지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에 대응했다. 그 후 이 사안에 관한 1만건의 항의 이메일과 트윗, 메시지가 이어졌다. 하지만 불법 행위는 아니었기 때문에, 쇼피파이는 중립을 유지했다. 그는 “판매자를 방출하는 건 생각을 검열하고, 상업의 핵심인 자유 시장에 개입하는 행위”라고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 브라이트바트는 지금도 여전히 쇼피파이의 고객으로 남아있다.

그 후 상당수의 판매자들이 가입을 해지했다. 직원 두 명도 회사를 그만뒀다. 뤽케는 그들에게 존경을 표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퇴사한 직원들에게 ’당신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메일을 보냈다. 그들이 원칙을 고수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대가를 치르지 않고 자신의 원칙을 고수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업무량이 늘어났음에도 뤽케는 자유로운 사고를 추구할 때 자신만의 방식을 추구한다. 그는 매 분기마다, 심도 있는 학습을 위해 일주일간 휴식기를 갖고 있다. 오타와 사무실에 처박혀 코드를 작성하거나, 책을 잔뜩 들고 숲속으로 들어간다. 뮤지션 친구들로부터 영감을 얻어 ‘은둔 주간(studio weeks)’이라 불리는 휴식기를 갖게 됐다.

그는 이 기간의 대부분을 쇼피파이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며 보내고 있다. 회사 투자자나 조언가들이 뤽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페리스는 “그는 장기 목표에 우선순위를 두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며 뤽케를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저스 Jeff Bezos와 비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잘 할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쇼피파이는 미래를 위해 데이터 및 기계 학습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하고 있다. 수십 만 명의 판매자 추적을 통해, 쇼피파이는 한 기업의 성공과 성장을 결정하는 요소들을 학습하고, 이 통찰력을 활용해 판매자들에게 부가 상품 및 서비스를 조언하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쇼피파이의 또 다른 대규모 투자는 중소기업용 펀딩 시스템인 쇼피파이 캐피털 Shopify Capital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회사 고객 중 확장 가능성이 보이는 판매자가 있으면, 먼저 현금을 제공한다. 이자를 받지 않는 대신, 쇼피파이는 할인가격을 적용한 선물판매(future sales at a discounted rate)의 일정 비율을 갖게 된다. 쇼피파이는 지난해 판매자들에게 3,000만 달러 이상을 선 투자했다.

물론 쇼피파이는 더 많은 판매자를 끌어모아야 한다. 캐나다, 미국, 영국, 호주 같은 주요 시장에는 1,000만개가 넘는 중소기업들이 있다. 이 중 4% 미만이 쇼피파이의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뤽케와 그의 팀은 더 많은 사람들의 창업을 유도하면 그 곳의 잠재 시장까지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핀켈스타인은 “앞으로의 과제는 스스로 창업가라 생각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창업에 뛰어들도록 만드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손녀를 위해 액세서리를 만드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느냐이다. 그들이 ‘이 제품을 사려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온라인 상점을 만들어 전 세계를 상대로 팔아봐야겠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베서머의 제러미 러빈Jeremy Levine은 쇼피파이의 향후 성장에 관해 원대한 야심을 갖고 있다. 그는 “모든 전자상 거래의 절반이 어느 순간 쇼피파이를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내 생각엔 모든 상인들이 궁극적으로 자체 온라인 상점을 갖고 싶어할 것이고, 그 때 쇼피파이가 단연 최고의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뤽케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창업자답게 “쇼피파이는 항상 저평가돼 온 기업”이라며 “그러나 지금 그런 상황이 변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 뤽케가 예측하는 상거래의 미래

‘택배함‘

뤽케는 미래의 아이들이 과거 사람들은 왜 ‘택배함(package boxes)’ 대신 우편함을 사용했는지 궁금해 할 것이라 생각한다. ‘택배함’이 전자상거래 배송 제품을 전달 받기에 더 편리하고, 더 큰 용량을 처리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그는 종이 우편은 거의 쓸모가 없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

어디서나 무엇이든 구매한다
뤽케는 고객들이 원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나 상품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한다. 고객들은 문자 메시지, 스냅챗, 넷플릭스, 또는 VR을 이용할 수 있다. 그는 누군가가 문자메시지로 친구와 제품 관련 이야기를 나눌 땐, 판매자도 대화방으로 끌고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험을 강조한 매장
이젠 고객들이 쉽게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더 큰 동기 부여가 필요할 것이다. 그들은 무엇보다 즐거움을 기대할 것이다.

동시 배송
뤽케는 즉시 배송- 구매와 함께 곧바로 고객의 집으로 배송된다-서비스로 인해 소비자들이 구입한 제품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사라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VR 소비
뤽케는 가상 세계라는 주제에 관해 ‘환각 현상’과 ‘철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쇼피파이 유나이트 Shopify Unite 행사에서 “사람들이 상당한 시간을 가상 세계에서 보낸다면, 실제 제품을 살 필요를 느낄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Stephen M. Baldwin, illustration By Greg Mably

Stephen M. Bald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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