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탈원전, 에너지 新골든룰 찾아라] 英 원전 8기 뒷받침 없었다면 '해상풍력 세계1위' 불가능

<3>'저탄소' 신재생 성공위해 원전 돌리는 국가들

유럽 해상풍력 40% 점유에도 원전 비중 계속 늘려

기술 없어 佛·中·日 등에 "신규 13기 지어달라" 발주

"저탄소 모델, 獨보다 英이 옳다" 국제사회서도 주목





전력생산이 들쭉날쭉한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높이기 위해 원전을 ‘안전판’으로 놓은 국가는 스웨덴뿐만이 아니다. 불과 5년여 만에 해상풍력발전 세계 1위 자리에 올라선 영국의 성공 뒤에도 원전이 있었다. 특히 영국의 ‘저탄소’로의 에너지믹스(Energy Mix) 전환은 원전을 지우고 갈탄을 태운 독일의 모델보다 국제사회에서 더 각광받고 있다.


유럽 해상풍력의 40% 가졌지만 원전 늘리는 英=9일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통해 83.2TWh의 전력을 생산했다. 지난 2010년 26.1TWh에 불과했던 발전량이 6년 새 세 배가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9%에서 24.7%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 같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바로 해상풍력발전이었다. 지난해 기준 영국의 해상풍력발전 설비용량은 5.1GW로 세계 1위다. 2위인 독일보다 설비용량이 20%가량 많다. 영국 전체 발전량에서 풍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만 12.5%(2016년 1·4분기 기준)에 달한다. 런던 어레이 근해에서 가동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발전소 ‘혼시 프로젝트’의 발전용량만 원전 1기분을 넘는 1.1GW다.

영국은 어떻게 단시간에 해상풍력 대국으로 올라섰을까. 배경에는 원전이 있었다. 2010년 62.1TWh였던 원전의 발전량은 2016년 현재 71.7TWh로 늘어 있다. 2014년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하는 전력량이 원전을 앞섰지만 이를 위해 원전의 발전량을 꾸준히 늘려왔던 것이다.


기술 없어 “원전 지어달라”…종주국의 몰락=영국이 원전을 선택했던 이유는 간명하다. 2000년대 중반 영국에서도 탈(脫)원전에 대한 논란이 거셌다. 원전 종주국인 영국이지만 자국에서 개발한 가스냉각로(AGR)의 부작용과 비효율 등의 문제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2008년에는 국내 원전을 운영하던 브리티시에너지사(社)를 프랑스 EDF에 매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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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방향을 트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5년 영국은 10년여 만에 신규 원전인 힝클리포인트C 원전을 짓기로 결정한다. 특히 북해 유전에서 뽑아내는 기름이 줄어 원유 순수입국이 되면서 대두한 에너지 안보 문제 탓에 이를 포함해 13기의 신규 원전을 짓는 계획도 수립했다.

문제는 장기간 원전 건설을 포기했던 탓에 국내 기술로는 안전한 원전을 짓기가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새로 짓는 13기의 원전 공사를 프랑스와 중국·일본·독일 등의 전력기업에 발주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프랑스 EDF와 중국 CGN이 합작으로 힝클리포인트C와 시즈웰C, 브래드웰B 원전 6기를 짓고 있다. 일본 히타치가 인수한 호라이즌은 와일파 뉴이드와 올드버리B 원전 4기, 일본 도시바와 독일 엔지는 무어사이드 원전 3기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은 특히 도시바가 경영 악화로 무어사이드 원전 지분매각에 나서자 한국전력에 이를 인수해달라고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저탄소 모델, “獨 아닌 英 옳다”=석탄을 버리는 대신 원전을 선택한 영국은 온실가스 감축 차원에서도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은 2014년 탈(脫)석탄을 선언했다. 석탄발전은 2012년에만 해도 원전의 두 배가량인 143.1TWh의 전력을 생산하는 영국의 제1발전원이었다. 하지만 2016년 현재 발전량은 5분의1토막 난 30.7TWh에 불과하다.

탈원전은 이뤘지만 갈탄발전을 늘려 되레 온실가스 배출을 늘렸다는 지탄을 받고 있는 독일과는 다르다. 2016년 매사추세츠공과대가 발행하는 테크놀로지 리뷰(MIT Technology Review)는 “독일은 막대한 풍력과 태양광 발전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음에도 탄소 배출은 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신재생 확대를 위한 우리나라의 에너지믹스도 이 같은 영국의 사례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영국은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온실가스 감축 때문에 신재생과 원전을 두 축으로 가져가고 있다”며 “원전을 없애는 게 미래세대 안전을 위한 걸 수도 있지만 선택권을 뺏는 게 될 수도 있다. 신재생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기가 언제쯤 올지 모르는 만큼 에너지믹스는 안정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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