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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사이다’ 종합] 김기덕 사건→예술계 만연한 性문제 폭로

‘뜨거운 사이다’가 김기덕 사건을 화두로 문화 예술계의 문제점을 짚었다.

/사진=온스타일 ‘뜨거운 사이다’ 방송 캡처/사진=온스타일 ‘뜨거운 사이다’ 방송 캡처



10일 밤 9시 30분에 방송된 온스타일 ‘뜨거운 사이다’ 2회에서는 김기덕 감독의 여배우 강압촬영 논란 등 영화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다뤘다.


‘뜨거운 사이다’는 사회, 문화, 연예, 정치, 예술 분야 중 최신의 핫한 이슈를 선정, 주관 있는 여성 6인이 사이다처럼 속 시원하게 이슈를 검증해보는 코너와 함께, 매주 여성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인물 1인을 게스트로 초대해 토크쇼를 진행하는 프로그램.

이날 방송에서는 김기덕 감독의 2013년작 ‘뫼비우스’를 소개하며 해당 작품의 촬영 도중 벌어진 여배우 폭행 논란을 주제로 던졌다. 이영진은 “지금 터진 것도 늦게 터진 것이다”라며 유사 사건이 이미 만연했음을 밝혔다.

여배우 A씨는 김기덕 감독이 2013년 3월 영화 ‘뫼비우스’ 촬영 중 감정몰입을 명목으로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가한 혐의를 들며 최근 그를 상대로 고소 절차를 밟았다. 또한 A씨는 당시 김 감독이 시나리오에 없던 베드신 촬영까지 강요했다고 혐의를 들었다.

‘뜨거운 사이다’에서는 ‘촬영 도중 김 감독이 여배우 A씨의 뺨을 때렸다’, ‘대본에 없던 베드신을 강요했다’, ‘남성 배우의 실제 성기를 잡게 했다’는 세 가지의 쟁점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김숙은 “왜 영화계는 ‘예술’이라는 이유로 폭력에 관대할까”라고 질문했고, 이지혜 기자는 “배우가 거부하면 여러 사람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여영 대표는 “감독이 배우를 대등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아서 때리는 것이다. 감정은 배우의 몫이다. 감독이 개입할 영역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지혜 기자는 “이는 심플한 노동문제이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고, 김지예 변호사는 “하지만 법적으로 애매한 부분이 존재해서 처벌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여영 대표는 “어떤 판단부가 꾸려지는지도 중요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대본에 없던 베드신을 강요했다’는 쟁점이 나오자 이영진은 “예전에는 촬영 중에 갑자기 노출신을 알려주는 경우가 많았다. 상세 계약이 없을 당시 감독으로부터 갑자기 전라 노출을 제안 받은 적이 있다”고 경험담을 밝혀 충격을 줬다. 김지예 변호사는 “합의가 없다면 당연히 못 찍는 것이다”라고 법률안을 전했다.

이지혜 기자는 신인 여배우가 김기덕 영화에서 세세한 요구를 거부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배우가 인지도 없는 상황에서 세계적인 감독이 그런 제의를 한다면 (노출신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씁쓸한 현실을 언급했다.

‘대본에 없던 베드신을 강요했다’는 쟁점에서 이지혜 기자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성기’이다” 라고 말해 사이다를 선사했다. A씨는 ‘뫼비우스’ 촬영 전, 자신이 성기 모형을 대상으로 촬영하는 줄 알았지만, 김기덕 감독이 실제 성기를 잡게 해서 수치심을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기덕은 “최선을 다해 연출을 하다 보니 생긴 일이다”라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김지예 변호사는 “촬영 현장의 분위기가 어땠는지도 중요한 것 같다. 강요하는 분위기였다면 감독과 배우가 순식간에 갑을 관계가 된다. 현장 스태프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말했다.

여기에 이지혜 기자는 “김기덕 감독이 ‘상황을 자세히 기억하는 스태프가 있어서 듣고 문제를 판단하겠다’고 했는데 감독에게 해가 되는 증언을 할 수 있는 스태프가 몇이나 되겠냐”고 문제점을 짚었다. 이영진은 “그렇게 한다면 내부고발자가 된다”고 덧붙였다.

/사진=온스타일 ‘뜨거운 사이다’ 방송 캡처/사진=온스타일 ‘뜨거운 사이다’ 방송 캡처


출연진은 A씨가 왜 4년이 지난 후 고소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A씨는 사건 직후 여성단체,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상담을 했고, 올 1월에 영화인신문고에 진정 접수, 7월 영화계-여성계-법조계로 이뤄진 공동대책위 구성, 김기덕 감독에 ‘강요, 폭행, 모욕,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김지예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시간이 지나면 피해가 어느 정도 회복이 된다고 판단한다. 고소인의 신빙성과 진심을 의심할 수도 있다”고 현실적인 가능성을 내다봤다. 이여영 대표는 “피해를 당했을 때는 바로 고소해야 한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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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방송에서는 김기덕 사건과 유사한 사례로 1972년 이탈리아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여주인공이 44년이 지난 최근에야 “당시 협의되지 않은 성행위 촬영으로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한 바를 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일명 ‘남성 배우 A 사건’이 있었고, 2015년 개봉작 ‘한여름의 판타지아’에서는 여성 배우 모르게 기습 키스를 하라고 감독이 남성 배우에게만 디렉션을 준 사례가 있었다. 왜 동등한 디렉션을 주지 않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영화계에서 성폭력이 만연한 이유로 이영진은 “영화에서 여성의 대상화가 심한 탓이다”라며 “영화계에서 일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여성은 자고 싶어야 해’라는 것이었다. 그게 여배우의 덕목인 것처럼 얘기하더라. 특정 부위의 성형 제안도 많이 받았다”고 폭로했다.

프랑스에서는 영화계 성폭력 관련 지침이 없다. 이에 따라 직장내 성희롱의 일종으로 취급해 평균 징역 2년, 권력 남용한 성희롱시 징역 3년에 처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형법상 성폭력보다 성희롱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어서 더 애매하다. 고작 회사 내부에서 징계하는 방법뿐 법적 처벌이 미비하다. 분명한 보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행히 이러한 문제점들을 타파하기 위해 일부에서는 희망적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영화 ‘걷기왕’에서는 촬영 전 스태프들을 상대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오디션 공문에 미리 노출신 수위를 언급, 협의 불가능하다는 점까지 알렸다.

‘뜨거운 사이다’ 출연진은 마지막 사이다 한 마디로 “기본만 지키자”, “피해자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예술이 아니라 범죄다”라고 일침을 남겼다.

이슈의 출발은 ‘김기덕 사건’이지만, 결코 해당 선에서 끝날 이야기는 아니다. 어제 오늘 얘기도 아니고, 결국 터질 게 터진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프랑스 등 세계 곳곳에서 ‘예술’이라는 미명 하에 ‘폭력’이 범해져 왔다. 사람을 대상으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분야에서 인권이 살해되는 악습은 마땅히 없어져야 한다. 이는 ‘예술적 관행’으로 절대 치부할 수 없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8일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이 가장 최근에 이뤄진 단계다. 영화계·여성계·법조계의 총 14개 단체들이 강력히 입장을 피력했다. 여전히 추가 인정의 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범죄와의 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뜨거운 사이다’는 매주 목요일 밤 9시 30분 온스타일과 올리브에서 동시 방송된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정정보도문]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 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해당 정정보도는 영화 ‘뫼비우스’에서 하차한 여배우 A씨측 요구에 따른 것입니다.

본지는 2017년 8월 3일 <김기덕 감독, 여배우에 피소…“뺨 때리고 베드신 강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것을 비롯하여, 약 55회에 걸쳐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하였으나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가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하였다는 내용으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다고 보도하고, 위 여배우가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뫼비우스 영화에 출연하였다가 중도에 하차한 여배 우는 ‘김기덕이 시나리오와 관계없이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하고 뺨을 3회 때렸다는 등’의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을 뿐, 베드신 촬영을 강요하였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 여배우는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은 사실이 전혀 없으며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 피해자는 제3자이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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