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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마’ 부진①] 물 건너 온 ‘크리미널 마인드’의 매력실종사건

tvN 수목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가 좀처럼 혹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계속되는 시청률 하락 속, 더 이상 ‘기대를 미치지 못한 실망의 문제’라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탄탄한 원작에 화려한 캐스팅, 그리고 놀라운 제작비까지 투입된 ‘크리미널 마인드’는 왜 제2의 ‘굿와이프’가 되지 못한 것일까.

‘크리미널 마인드’는 미국의 인기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를 원작으로 하는 한국판 리메이크 판이다. ‘크리미널 마인드’ 원작에서처럼 범죄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심리를 꿰뚫는 프로파일링 기법을 통해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사진=CJ E&M사진=CJ E&M


초반 ‘크리미널 마인드’에 대한 안방극장의 기대는 무척이나 높았다. 원작인 ‘크리미널 마인드’는 2005년부터 2017년 현재까지, 13년 간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제작되고 있는 장수드라마일 뿐 아니라, 미국 뿐 아니라 세계 200여개 국가에서 방영될 정도로 보편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인 덕분이었다. 국내에서도 다수의 드라마팬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크리미널 마인드’는 촘촘하게 엮인 스토리와 연출, 개성 넘치는 프로파일링팀 팀원들의 캐릭터를 잘 살린 배우들의 열연이 잘 어우러지면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해 왔었다. 원작이 주는 매력이 적지 않은 만큼 ‘이를 우리식으로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한 기대는 날로 커져갔다.

‘크리미널 마인드’가 시작되기 전 불게 된 ‘장르극의 부흥’ 역시 ‘크리미널 마인드’에 있어 호재로 작용했다. 어느 날부턴가 안방극장에 불기 시작한 장르극의 인기는 자연스럽게 한국의 프로파일링을 다루는 ‘크리미널 마인드’에게로 넘어왔다. 여기에 손현주, 이준기, 문채원 등 매 작품마다 연기력 호평을 받았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소식은 여러모로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정작 뚜껑이 열린 ‘크리미널 마인드’를 향한 시청자들의 평가는 긍정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지지부진한 스토리와 연출, 그리고 원작의 재창조가 아닌 번역한 것과 같은 어색한 대사와 어설픈 설정들은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했던 것이다.

‘크리미널 마인드’를 향한 안방극장의 실망은 시청률 수치로 잘 나타나고 있다. 4.2%(이하 닐슨코리아, 유료가구준)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크리미널 마인드’였지만 2회에서 3.5%로 떨어졌고, 심지어 3회 만에 2.9%까지 떨어지면서 시청률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4회 방송에서 3.0%를 기록하며 시펑률 소폭 상승에 성공한 ‘크리미널 마인드’였지만 5회 방송에서 2.4%를 기록하면서 또 다시 2%대에 머물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시청률 부진은 ‘크리미널 마인드’가 사람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것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크리미널 마인드’가 가장 많이 듣는 평 중에 하나는 바로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컸다’이다. 특히 첫 단추와 같은 1화에서 제대로 된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크리미널 마인드’의 가장 큰 실수로 꼽히고 있다. 초반 4회 안에 흥행여부가 결정되는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크리미널 마인드’는 첫 회가 제일 재미없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임팩트를 주지 못했고, 결국 이는 시청률 부진을 부른 셈이다.

사진=‘크리미널 마인드’ 캡처사진=‘크리미널 마인드’ 캡처


그렇다고 1회가 재미없었기에 ‘크리미널 마인드’의 성적이 부진하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후에라도 ‘크리미널 마인드’가 내세우는 ‘프로파일링’의 매력이 십분 발휘되면, 시청률 상승세까지는 아니더라도 이탈은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1회보다 다음 회차 들이 조금 더 나을 뿐이지, 여전히 ‘크리미널 마인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입체적이지 못한 캐릭터와 설득력이 떨어지는 프로파일링 과정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원작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크리미널 마인드’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하나하나 매력이 넘쳤다는 것이었다. FBI 행동분석팀(BAU)의 최고 프로파일러 제이슨 기디언(맨디 파틴킨 분)부터 전직 폭발물 처리반 데릭 모건(쉐마 무어 분), 프로파일러 에밀리 프렌티스(페짓 브루스터 분) 공보요원 제이제이(A.J.쿡 분), 정보요원 페넬로페 가르시아(커스틴 뱅스니스 분), BAU의 마스코트 스펜서 리드(매튜 그레이 구블러 분) 등 BAU 팀의 팀원들은 각각의 특성과 장기, 매력을 보여주며 드라마팬들을 열광케 했다. 특히 IQ 187에 뛰어난 직관, 기억력, 통계를 활용해 ‘속사포 랩’을 하듯 분석을 뱉어내는 리드는 원작에서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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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 드라마로 리메이크 되면서 이 같은 캐릭터의 입체적인 매력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한국 배우들이 연기하는 만큼 국내 정서에 따라 캐릭터의 부가적인 정보들을 수정할 수 있으나 문제는 각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까지 사라졌다는 것이다. 리드를 모티브로 한 듯한 NCI 최연소 천재 요원 이한(고윤 분)은 지나치게 맹해졌으며, 프로파일러 에밀리 프렌티스를 모티브로 한 행동분석관 하선우(문채원 분)는 말끝마다 “프로파일링에 의하면”, “프로파일링에 따르면”이라고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프로파일링’에 집착녀로 보일 만큼 감정이 배제되고 과하게 딱딱해졌다.

사실 두 캐릭터가 대표적일 뿐 ‘크리미널 마인드’의 캐릭터 수정은, 애초 원작이 가지고 있는 매력과 정반대의 길을 걷게 만들고 있다. 원작의 경우 잔인하고 무거운 이상범죄를 다루는 만큼, 분위기를 상쇄하고 다소 가볍게 만들기 위해 캐릭터들 간의 케미와 웃음 포인트로 소소한 재미를 전해주었다. 하지만 한국드라마로 리메이크 된 ‘크리미널 마인드’는 전반적으로 출연하는 캐릭터 모두 어둡고 무겁다. 덕분에 무거운 드라마의 분위기는 더욱 칙칙하게 가라앉는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한 드라마의 핵심이 되는 프로파일링 과정이나 범인을 잡는 과정 표현이 매끄럽지 않다는 것이다. 범죄 현장을 분석해 범인의 습관, 나이, 성격, 직업, 범행 수법을 추론한 뒤 이를 바탕으로 범인을 찾아내는 수사 기법을 뜻하는 것이 프로파일링인데, NCI 팀원들은 모든 것을 점쟁이처럼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바로바로 이야기하고 범인을 찾아나간다. 그리고 아무리 프로파일링에 의거했다고 하지만, 경찰 측에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훗, 결국 잡혀버렸네’라는 식으로 순순히 잡히는 범인의 모습은 어딘가 개연성이 결여된 듯 보인다.

작품에서 주는 설득력이 떨어지다 보니 배우들의 연기 또한 따로 노는 듯 어색하다. 원작과 한국화의 균형을 잡지 못한 캐릭터와 번역투를 쓰는 듯 어색한 대사들은 배우들의 열연이 무색하게 매력이 없다. 매력만 없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캐릭터의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으니 데뷔 이래 연기력 논란에 휘말린 바 없었던 이준기와 문채원의 경우, 연기에 대해 의심받기도 했다. 연출도 아쉽다. 드라마 속 액션신 보다, 비하인드 영상 속 편집을 거치지 않은 배우들의 액션신이 더 흥미진진하다는 것 자체가 연출의 아쉬움을 보여주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뒤로 갈수록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받은 듯 연출과 편집, 그리고 대사들로 한층 매끄러워짐에 따라 배우들의 연기도 뒤늦게 빛을 발하고 있다. 전체적인 큰 그림이 다듬어지니, 배우들의 연기는 그대로이나 캐릭터들의 서사가 살아나면서 조금씩 볼만해 진다는 것이다. 덕분에 2.4%까지 떨어졌던 ‘크리미널 마인드’는 무려 3.4%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여기서 안심하기는 이르다. 아직 해결해 나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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