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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이상호 감독, 누가 김광석의 자살을 만들었는지에 대해 답하다

이상호 기자는 군대가는 후배들에게 ‘이등병의 편지’를 불러주고, 서른이 되던 날 ‘서른 즈음에’를 부르고,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지으며 그의 노래와 함께 살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점차 기자로서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고민하며 그의 노래에 대한 부채감을 키워왔다고 고백한 이상호 감독은 관객들이 김광석의 음악과 함께 자연스럽게 1996년으로 돌아가 진실의 목격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 ‘김광석’을 만들었다.




이상호 감독 /사진=BM컬쳐스이상호 감독 /사진=BM컬쳐스


오는 30일 개봉되는 ‘김광석’은 1996년 1월 6일 김광석 사망 이후, 20 여년이 지나도록 베일에 쌓여 있는마지막 날의 치열한 흔적을 그의 음악 인생을 통해 본격적으로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영화 속에는 ‘누가 김광석의 자살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추적과 팩트가 곳곳에 산재 돼 있다.

1988년 그룹 ‘동물원’의 멤버로 데뷔한 김광석은 일년 뒤 본격적인 솔로 앨범을 통해 ‘사랑했지만’,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먼지가 되어’, ‘일어나’ 등 주옥 같은 명곡들을 발표하고, 전국 투어 및 미국 공연 등 1,000회 공연 기록을 달성했다. 애환이 담긴 음색으로 서민적인 정서를 대변한 그의 곡들은 ‘공동경비구역 JSA’, ‘클래식’ 등 수많은 영화, 드라마에 OST로 삽입되어 세대를 뛰어넘어 깊은 공감을 선사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알고 있는 가수 김광석에 관한 정보이다.

반면 김광석 변사사건 관련 정보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당시 ‘김광석 자살’로 정리 된 일부 신문들의 두 줄짜리 기사가 전부였다. 2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주변 사람들의 제보가 이어졌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진실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됐다. 이상호 감독은 “사건의 공소시효는 있지만 언론의 공소시효는 없다”며 김광석 변사사건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가수 김광석 변사사건에 대한 20년 동안의 취재를 통해 완성한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김광석’ 개봉을 앞둔 이상호 감독을 만났다.

Q. 고 김광석의 죽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영화 ‘김광석’이 지난 3일 언론 시사회를 열었다. 공식적으로 언론에 알린 뒤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는가?



▶ 영화를 보시고 (제 안위를)걱정해주시는 분도 많지만 어차피 저는 각오가 돼 있어요. 기자 생활 20여년을 하면서 이번 영화 개봉으로 어떤 상황이 생길지요. 지금까지 걸린 소송도 100개가 넘습니다. 다만 저희 큰 목표는 관객들은 영화를 편하게 보셨으면 해요.

‘다이빙벨’ 영화를 만들면서도 똑같은 걱정을 했어요. 아직도 영화를 보고나면 힘들 것 같아서 못 보시겠다는 분들이 많아요. 연출을 통해서 손대기 어려운 사건이다는 점도 그렇구요. 저는 뉴스든 영화든 많이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광석 영화는 편하게 볼 수 있게 음악 영화로 만들었어요. 법적인 소송 부분은 제가 다 감수할 수 있으니까 관객분들은 편하게 김광석의 음악을 즐기시면서 ‘그 날 밤의 진실을 목격해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영화 ‘김광석’ 스틸  /사진=BM컬쳐스영화 ‘김광석’ 스틸 /사진=BM컬쳐스




영화 ‘김광석’ 스틸  /사진=BM컬쳐스영화 ‘김광석’ 스틸 /사진=BM컬쳐스


Q. 영화는 고인의 아내, 타살 의혹을 제기해 온 형제와 어머니 등 가족, 법의학자와 프로파일러 등 전문가를 인터뷰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팩트를 보여주는 방식을 놓고 관객마다 다른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다.



▶영화 안에 모든 팩트들이 다 들어가 있어요. 그럼에도 한 쪽으로 몰아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어요. 충분히 이성적인 관객 그리고 날카로운 네티즌들이 진실을 찾아갈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더 나아가 자살이냐. 타살이냐가 아닌, 자살을 했는지, 자살을 당했는지 여부 또한 판단과 선택은 관객이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Q. 주변 기자들의 직접적인 반응도 궁금하다



▶ 영화 속에서 전체의 팩트가 분산 돼 있잖아요. 그래서 2번 혹은 3번 이상 보게 되면 팩트가 한 눈에 들어오는 영화라 팩트를 공유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어요. 이 부분에 대해선 다양한 방법이 있을 예정이라고 말 해 논 상태입니다. 이게 단순히 영화를 공개하고 일회적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하나의 첫 번째 문을 연 것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단계를 준비하고 있어요.




Q.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서 ‘특별언급상’도 받고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이번 언론 시사회 본은 그 때 상영본과 많이 다르다고 들었다. 그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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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 영화제 때 보신 분은 이번 언론 시사회 때 다시 보시고, 거의 새로 본다고 말 할 정도로 달라진 부분이 많아요. 가장 큰 이유는 결정적 단서들이 추가로 나왔어요.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면 다 스포일러가 되니까 세세하게는 말씀 드리진 못할 듯 해요. 부천 영화제 개봉 이후에도 제보가 와서 추가 취재된 부분이 들어갔어요. 여러 번 보다보니, 영화적으로 미비하고 미숙한 부분이 보여서 장면 순서도 바뀐 부분이 있어요. 언론시사회본이 최종 개봉본으로 돼 관객과 만날 겁니다.



이상호 감독 /사진=BM컬쳐스이상호 감독 /사진=BM컬쳐스


Q. ‘김광석 19960106’이란 부제는 그대로이지만, ‘일어나 김광석’이란 원 제목에서 ‘일어나’를 삭제했다.



▶ ‘일어나 김광석’이란 제목엔 애초의 기획의도가 담겨 있어요. 말 그대로 진실을 알고 있는 그가 ‘다시 일어났으면’ 한 거죠. 하지만 그 또한 연출자의 마음이 개입이 된 것이란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좀 더 마음을 내려놓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영화란 게 관객들이 ‘일어나’라고 외쳐야지 감독이 일어나라고 요구해선 안 되는 거잖아요. 1년 동안 많이 내려놨죠.

Q. 최근까지 릴리즈 된 ‘김광석’ 보도자료만 보고선 이렇게까지 충격적인 내용이 있을거라 상상하기 힘들었다. 개봉 전엔 보도 강도를 낮추고자 한 의도가 있었나?

▶ 실제로 보니 어떠셨어요? 보면 충격적이잖아요. 영화를 직접 보신 분들이 보고 나서 한동안 충격적이어서 제대로 이야기 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충격’이라는 단어는 영화 관람 전인 분들에게는 말 하고 싶진 않아요. 우선은 너무나 선정적으로 이슈를 만들고 싶지도 않았고, 그렇게 영화 정보를 알리면 부담스러워하실거란 부담도 있었어요.

김광석씨가 좋은 가수로 널리 알려졌고 그 만큼 그의 음악에서 위로를 받는 분이 많잖아요. 김광석을 추모하거나, 김광석을 사랑하는 분들이 그의 음악에 대한 애정으로 극장을 찾아와주셨음 했어요. 그 과정에서 김광석 타살, 김광석 죽음의 비밀을 알아가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같은 기자로서 어떻게 자료를 보내면, 기자들이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지 잘 알고 있을 듯 하다. 좀 더 많이 기사화 돼서 대중들에게 좀 더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텐데.



▶기자들이 많이 와서 저희 영화를 봐 주시고 기사를 써주시면 좋은데, 우선은 일반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고자 하는 마음이 컸어요. 관객들 스스로 판단하고 가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저희 영화가 기사로 전하기 애매한 영화잖아요. 다른 영화들은 전문 기자의 비평이 영화를 보는데 도움이 되는 게 있는데, 저희 영화는...기자가 자꾸 취재를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어요. 또한 기자 분들도 선뜻 영화적으로 비평을 하기가 쉽지 않은 영화란 점이 크게 작용했어요.



Q. 이상호 감독의 말에 동의한다. 기자보단 일반 관객들에게 이 영화를 많이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김광석을 사랑하는 주변분들에게 영화를 꼭 보라고 말을 하고 다닌다. 경찰도 검사도 그 누구도 밝히지 못했던 진실을 알려주는 영화라고 하니까, 의문사로 결론 난 듀스 김성재씨 죽음(1995년 11월 20일)에 얽힌 진실도 이상호 감독이 꼭 밝혀줬으면 한다는 이야기도 하더라.



▶ (반가움과 책임감의 무게가 뒤섞인 공감의 웃음을 보이더니)김성재씨 관련해서도 20년간 똑같이 제보를 받았어요. 1996년 1월 6일 김광석의 사망 당시 MBC 사건 기자로서 현장 취재를 시작하면서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역추적으로 하면서 김광석씨 영화를 만들게 됐지만, 사실 변사자 문제들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어요.

우리나라 변사자 처리 문제가 심각하거든요. 한 해 변사자 수가 3만명 가까이 되지만 실제 검사가 사건 현장에 나가는 경우는 10명 중에 1명 정도입니다. 법의관도 현장에 나가는 경우를 보기 힘들죠. 나머지는 다 자살로 처리하고 있는 현실이죠. 사실 병원에서 돌아가신 것처럼 사인이 명백한 것 말고, 모든 변사자들은 타살 가능성을 염두 해 두고 조사를 해야 해요.

지난 정권 때 되게 석연찮은 자살 사건이 많았어요. 1년에 25만명의 사상자 중에서 3만명이 왜 죽었는지도 모른 채 변사자로 처리가 돼요. 일례로 내가 등산로에서 목을 맨 채 발견 됐다고 했을 때, 나 역시 사고 처리가 밝혀지지 않은 변사자로 처리 될 확률이 높아요. 현재 시스템이 그런거죠.

김광석, 김성재, 유병언, 노무현 대통령 등 가슴 아픈 모든 변사 사건에 관심이 있어요. 몸이 10개가 아닌 1개라 다 할 순 없다는 점이 아쉬워요. 다만 저희 영화가 그런 변사자들에 대한 재수사라든가, 변사자 문제를 우리 사회가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전제를 밑에 깔고 만들었어요. 듀스 문제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분들도 이 영화를 봐주시고, 힘을 모아주셨으면 해요.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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