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북핵위기가 파국으로 가지 않게 하려면

채수찬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서경펠로

北, 핵개발 목적은 생존이었지만

김정은에 이르러 무력 과시 변질

美 영토 직접 포격은 '자살 행위'

北, 평화 위한 마지노선 지켜야

채수찬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지난 2003년 초 세계의 각계 지도자들이 모인 포럼에서 당시 미국 외교정책의 한 축을 맡고 있었고 후에 행정부 고위직에 올랐던 정치인은 필자에게 말했다. “네오콘들이 이라크에서 불꽃놀이를 할 것이고 다음에는 북한을 공격할 것이다.” 두 달 뒤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했다. 그러나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제거한 뒤 평화유지에 실패해 수렁에 빠졌고 북한 공격은 일어나지 않았다. 2005년 북측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측의 대통령 특사에게 물었다. “사담 후세인 다음은 내 차례가 아닌가.” 한 번도 아니고 거듭 물었다. “다음은 내 차례 아닌가.” 김 위원장은 생존을 위해 암암리에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은 공개리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이를 과시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오로지 생존을 위해 핵무기를 개발했으나 김정은 위원장은 그 목표를 넘어서 세상의 주목과 파워를 추구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김정은 위원장이 알아야 할 게 있다. 그동안 넘지 말아야 될 선이라고 경고받은 것들은 사실 별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미국 영토를 겨냥해 포위 사격하는 것은 자살행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미국을 위협하면 엄청난 화력으로 보복하겠노라고 한 것을 두고 미국을 포함한 세계여론은 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언동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구소련 와해, 그리고 1차 걸프전쟁 당시 미국 외교를 책임졌던 인사가 필자에게 말한 적이 있다. “북한 지도자를 만나면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얘기하겠다. 남한을 공격하면 북한에 핵폭탄을 투하하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맥락의 얘기를 공개적으로 했을 뿐이다. 이는 전쟁 억제를 위한 발언이다. 상대방에게 모험을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북한이 괌을 포위 사격하면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이 서울을 향해 포격을 시작하면 한미연합군의 전략폭격으로 짧은 시간 안에 북한의 핵심 지역이 초토화될 것이다. 중국군은 북한영토 내 접경 지역에 일단 진주하고 한미연합 지상군이 현재의 휴전선을 넘지 말 것을 요구할 것이다. 북한은 혼란에 빠질 것이고 이후의 상황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햇볕정책이 지속됐더라면 남한에 우호적인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하겠으나 지금은 알 수 없다. 중국에 우호적인 세력이 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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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위원장이 핵 개발을 추진했던 배경은 ‘무장평화’의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목표를 잃어서는 안 된다. 북한지도자의 목표는 생존이지 파멸이 아니다. 그가 이 점을 이해하고 있는지 불분명하다. 북한 내부에는 이를 얘기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밖으로부터라도 김 위원장과 소통할 수 있는 누군가를 통해 얘기해줄 필요가 있다. 무모하게 보이는 행동을 전략적으로 하는 것과 실제로 무모한 행동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미국 여론도 김정은 위원장이 괌을 포위 사격하면 급변해 선제공격을 요구할 것이다. 세계여론도 김정은 위원장의 운명을 동정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공동체의 입장에서 보면 좋은 선택이 없는 게 딜레마다. 무모한 플레이어들을 응징해도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한 게 그동안의 경험이다. 후세인과 무아마르 알 카다피 리비아 최고지도자가 제거된 뒤 이라크와 리비아 사람들은 내전으로 지금도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게임이론에서는 플레이어들이 합리적이라는 가정하에 문제를 분석한다. 현실 세계에서는 이 가정이 맞지 않다. 1차 걸프전쟁 직전 필자는 미국 대학의 동료 교수와 내기를 했다가 졌다. 동료 교수는 연합군의 전략자산이 쿠웨이트 인근에 집결되고 있으니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했다. 필자는 후세인이 전쟁으로 잃는 게 크니 쿠웨이트에서 철수할 거라고 추론했다. 지구 곳곳에서 아직도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현실 세계의 플레이어들은 합리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채수찬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서경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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