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발언대] 일제강점기 영화, 일본어 연기 신경 써야

정지욱 영화평론가





한국 영화에서 일제강점기를 다룬 다양한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당시 세계를 풍미했던 낭만주의적 사조와 이를 배경으로 한 사회가 스토리텔링 작업에 다양한 소재로 등장하고 이를 토대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동주’ ‘암살’ ‘아가씨’ ‘덕혜옹주’ ‘박열’ ‘군함도’ 등이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근자의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그런데 이런 작품들을 볼 때 가끔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모두 ‘일제강점기’라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작품에 등장하는 일본어 연기 때문이다. 그 시대를 배경으로 꾸며진 독특한 문화를 미술로 구성하거나 카메라에 담아 스크린에 옮겨놓을 때 수많은 고증과 감수를 거쳐 당시를 잘 재현해내곤 하지만 이렇게 잘 구현해놓은 스크린에서 들려오는 배우들의 목소리는 부족함이 가득한 경우가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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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코미디나 액션의 경우 작품에서 전달하는 즐거움이 대사연기의 부족함을 상쇄하거나 현저히 반감시켜 관객 입장에서는 부족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제국주의의 악함이나 당시 옳지 못한 행동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라면 일본어 연기의 부족함이 자칫 메시지 전달의 역할을 반감시킬 수 있다. 물론 일본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관객들에게는 큰 부족함이 없을 수 있지만 이들 작품을 통해 일본 제국주의를 꾸짖는 경우 이 작품을 보는 일본 관객들에게 메시지보다 폭소에 가까운 웃음을 유발하게 된다면, 이는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유대인 학살을 담은 홀로코스트 영화에서 만행을 저지르는 독일군의 대사가 코믹하거나 제대로 발음되지 못한 채 스크린에 올려진다면 그 작품을 보는 독일인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이는 캐릭터에 알맞은 외국어 시나리오는 물론 배우 각자에게 안성맞춤의 외국어 연기지도에 조금 더 신경을 쓰면 극복할 수 있다. 훌륭한 시나리오와 연출 그리고 연기로 좋은 작품을 만들었음에도 단지 국내용 영화에 머물 것이 아니라 이 작품을 통해 가해국가의 관객들에게도 일침을 가하는 한층 더 발전적인 영화작품을 기대하는 것이 나만의 욕심은 아닐 것이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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