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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③]‘군함도’ “소지섭의 ‘앞으로 10억짜리 NG 낼 배우들’이란 말에 감사했다”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파할 강제 징용이라는 비극적 역사, 그리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전쟁의 폐해와 고통을 담아낸 작품. 특히 약 한 달 반 동안 30회차 촬영으로 완성된 조선인들의 탈출 시퀀스는 류승완 감독과 80인 배우의 열정이 응축된 장면이다.

‘한국 영화 프로덕션이 찍을 수 있는 최대치’를 만날 수 있다. 본격적인 탈출이 진행되기 전 이뤄진 대규모 폭격 장면을 시작으로 탈출을 향한 조선인들의 간절함과 의지가 폭발하는 탈출 장면은 아비규환의 전쟁터를 방불케한다. 생존을 향한 인물들의 고조된 감정 연기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면서도 리얼리티에 기반을 둔 처절한 액션을 구현하는 과정, 수많은 인원들의 동선과 액션 합을 맞추는 과정까지 배우와 제작진의 남다른 노력과 집중이 점철된 영화이다.




영화 ‘군함도’ 배우 윤경호와 백승철 /사진=지수진 기자영화 ‘군함도’ 배우 윤경호와 백승철 /사진=지수진 기자


영화의 숨은 주역, 군함도의 조선인으로 살았던 배우 백승철(새신랑 역)과 윤경호(환쟁이 역)은 “탈출 장면을 찍으면서 1억짜리 NG를 냈던 일화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다음은 ‘군함도’ 배우 백승철과 윤경호의 일문 일답이다.

Q. 두 배우 모두 본인이 맡은 역할명이 특이하다.



▶백승철 : 리딩에서부터 새신랑이라고 말하는 순간 다들 웃더라구요.

▶윤경호: 저도 환쟁이라고 소개하면 뭐 ‘환쟁이’ 이러면서 놀라던걸요.

Q. 이번 인터뷰를 앞두고도 많은 생각이 들었을 듯 싶다.

▶윤경호 : ‘군함도’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되돌아봤어요. 주조연 가릴 것 없이 매 순간 정말 한 마음이었던 게 맞아요. 막내 연출부에 민대웅이란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고정 단역으로 출연했던 친구들이 정말 열심히 하는 걸 보고 무보수로 영상을 만들어주겠다고 자처하기까지 했어요. 갓 대학졸업한 친구들이 고정 단역으로 출연했는데 화면 밖에서도 정말 열심히 했어요.

하도 열심히 하니까 ‘아예 영화로 만듭시다’는 의견이 나와서 저희도 영화에 같이 출연했어요. ‘군함도’ 고정단역들이 모여 만든 영화로 제목은 ‘매직 이프’입니다. ‘군함도’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저희들의 마음이 모여 만든 영화입니다.

Q. 수 많은 배우들이 서로를 그렇게 진심으로 위해주기도 싶지 않을 것 같다.



▶ 감독님이 실제로 레디 슛 하면 다 같이 ‘슛’을 따라했어요. 군대도 아닌데 일제히 외치면서 촬영을 했어요. 출연 인원이 많으니까 더더욱 함께 만들어가자는 마음이 컸어요.

이강옥(황정민 분) 악단 위주로 처음엔 시작했는데 점점 뭔가 끓어올랐어요. ‘슛’ 하는 소리를 듣고선 자신이 돋보이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되게 끈끈하게 서로를 두리번 거렸어요. 네가 이 장면에선 잘 보이니까 특별히 이렇게 해라는 말도 하고, 상대방 얼굴에 까만 탄광 가루 흔적이 지워지면 서로 비벼주기도 했어요. 그런 마음으로 찍었으니 어땠겠어요? 영화 이상의 그런 마음이 있었겠죠.

영화 ‘군함도’ 탈출장면, 앞 쪽에 배우 윤경호, 백승철, 강덕중이 어깨동무를 한 채 탈출하고 있다.영화 ‘군함도’ 탈출장면, 앞 쪽에 배우 윤경호, 백승철, 강덕중이 어깨동무를 한 채 탈출하고 있다.




영화 ‘군함도’ 촬영 장에서 배우 백승철과 윤경호의 모습영화 ‘군함도’ 촬영 장에서 배우 백승철과 윤경호의 모습


Q. ‘군함도’ 촬영 기간 중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있다면?

▶ 윤경호 : 쇠떼쟁이(강덕중)이를 포함해서 백승철 선배 저 이렇게 셋이 탈출신에서 NG를 낸 사건이요. 흑역사중에 하나죠. 1억짜리 NG라고 해서 저희 ‘군함도’ 배우들이 다 알고 있는 사건입니다.


폭발하는 신 하나를 찍기 위해서 모든 배우들이 그 날의 스케줄 하루를 비우고 대기중인 상태였어요. 500명 가까이 되는 무술팀들이 폭발을 위해서 어마 어마하게 준비를 많이 한 상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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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 땐 NG가 안 났는데, 촬영이 시작돼서 탈출 첫머리에 우리들이 보여야 하는데, 우리 앞뒤로 일본인들이랑 다른 보조 출연자들이 카메라에 먼저 잡히면서 NG가 났어요. 저희 셋이서 어깨동무를 하면서 폭발 소리에 놀라 도망가다보니 카메라가 이동하는 속도를 못 쫓아간 것도 있고 동선이 엉켰어요. 다른 이들이 화면을 먹고 들어가다보니 그 신을 못 쓰게 됐어요. 당연히 OK인지 알고 있다, NG가 났다는 걸 알게되고, 감독님과 배우들이 다 ‘망연자실’ 했어요. 정말 그 순간 만큼은 땅으로 꺼지고 싶었으니까요. 굉장히 복잡한 신이라 모든 스태프가 처음부터 다시 찍어야 하나? 어떻게 CG로 안 되나? 지금부터라도 다시 세트를 지어서 찍어야 하나. 머릿 속이 복잡해졌어요.

Q. ‘한국 영화 프로덕션이 찍을 수 있는 최대치’를 경험할 수 있는 탈출 장면이라고 들었다.



▶ 윤경호 : 하늘에서 굴비가 떨어지면 구름다리가 무너지고, 그 뒤 놀란 일본인 사람들이 뛰어나와요. 그 뒤 숙소에서 뛰어나오는 무리인 우리 셋이 카메라에 담겨요. 불에 타서 떨어지는 사람이 보이고, 우리가 빠지면 대공포탄이 쏘는 장면이 이어져요. 한 프레인 안에 대여섯개 장면이 담겨야 하는 시퀀스였죠. 결론적으로 그 때부터 세트를 지어서 이틀만에 다시 찍었는데, 계속 죄송하고 미안한거에요. 스태프가 밤을 새가면서 준비했는데, 결국 그 NG로 인해 뒤에 있는 스케줄이 문제가 생기고, 제작비의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됐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나중에 1억짜리 NG라는 걸 알고는 3인분을 해서 3천3백3십3만원씩 돈을 거두자는 의견을 냈어요. 구체적으로 그런 이야기까지 했을 정도였으니 마음 부담이 얼마나 컸겠어요.

▶백승철 : (외다리로 뛰어야 하는) 제가 짐이 돼서 그래요.

Q. 우여곡절 끝에 그 탈출 장면을 잘 찍었다.



▶ 윤경호 : 그 장면이 오케이 되고 나서 소주를 한잔 하는데 그렇게 서러워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백승철 : 다 찍고 나서 (송)중기씨랑 (소)지섭씨를 만났는데 이 사건들을 다 알고 있더라구요. 지섭씨는 ‘아니 왜 그걸 그렇게 신경써요? 앞으로 10억짜리 NG 낼 배우들인데’ 라고 말했어요. 중기씨도 ‘3천3백3십3만원 우리도 보탤게요’라고 말하던걸요. 주인공 배우들이 해프닝으로 풀어주니까 부담이 조금이나마 덜어졌어요. 그 말 이상의 위로가 없더라구요.

영화 ‘군함도’ 배우 백승철과 윤경호 /사진=지수진 기자영화 ‘군함도’ 배우 백승철과 윤경호 /사진=지수진 기자


Q. 1억짜리 NG가 오히려 배우들의 관계를 더 두텁게 만들었겠다.



▶ 백승철 : 다들 괜찮다. 괜찮다 하니까 우리는 너무 미안한거였죠. 니들 NG 냈다고 그 어떤 스태프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는데 우리 스스로 부담을 느끼고 미안해 한거죠. 이런 저희를 보고 스태프들도 얼마나 마음이 불편했겠어요.

▶ 그 사건 뒤에 지섭이 형이 회식을 크게 열어줘서 감독님이랑 이야기를 하는데, 감독님도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셨어요. 그리고선 오히려 내가 너무 미안했다고 하셨어요. 내가 착한 배우들이랑 작업하고 있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면서.

Q. 두 배우 모두 ‘군함도’로 인해 희노애락을 다 느끼고 있는 듯 하다.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백승철 : 저한테 있어서 ‘군함도’는 영광이고 희망인 작품입니다. 군함도가 이미 개봉 전부터 네티즌들에게 욕을 먹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안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오히려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들이 저평가를 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파요.‘군함도’에 관객이 많이 들고 안 들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이 없듯이 내가 단역이든 보조출연을 했든 내 작품이고 내 새끼인데, 내 새끼가 욕을 먹고 있다고 하니 너무 가슴이 아파요. 이젠 그만 아팠으면 해요. 눈물 나려고 하네요.

▶ 윤경호: ‘군함도’와 너무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서 인터뷰 하는 순간에도 만감이 교차해요. 저한테 ‘군함도’는 뭐든지 하면 될 수 있다는 마음을 먹게 해준 터닝포인트 작품입니다. 다시 한번 연기에 임하는 자세를 돌아보게 했어요. 앞으로도 이 자세로 한다면 스스로 절대 포기할 일은 없을 거라 장담해요. ‘군함도’는 착한 배우들과 스태프와 함께 할 수 있었던 행복한 작품으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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