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최근 해외계열사 판기 LNG를 청산하는 등 자원개발 자회사 처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선 부문에서의 정상화 작업과 강도높은 구조조정 효과로 상반기 8,8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가운데 부실 자회사들을 신속히 털어내는 등 본업에만 주력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해외 자회사인 판기 LNG(Pangea LNG B.V.)를 지난 6월 청산했다. 판기 LNG는 2012년 대우조선이 100% 출자해 세운 법인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이뤄지는 셰일가스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대우조선은 판기 LNG를 통해 개발업체와 협력해 셰일가스를 운반할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수주를 늘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5년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고 대우조선이 비조선 부문 자회사를 없애기로 결정하면서 처분 대상에 올랐다.
대우조선의 또 다른 자원개발 해외 자회사인 D&H솔루션즈(D&H Solutions AS)도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대우조선은 2010년 해상 광구 탐사를 위해 노르웨이에 D&H솔루션즈를 설립했다. D&H솔루션즈는 광구 개발부터 가스 판매까지 아우르는 종합 광구개발사업을 추진해왔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청산 결정을 내린 뒤 부수적인 서류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빠르면 3·4분기 안에 청산 절차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이 판기 LNG와 D&H솔루션즈를 청산하기로 한 이유는 부실 자회사를 안고 갈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두 회사 모두 설립 이후에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을 정도로 수익성이 낮다. 대규모 정부 지원을 받은 만큼 하루빨리 자립해야 하는 대우조선으로선 적자 회사를 마냥 붙들고 있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부실 자회사의 적자가 연결재무제표에 계속 반영되는 걸 막기 위해 하루빨리 처분한 것”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를 청산하는 데 따른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판기 LNG의 경우 초기 자본금만 200억원 가량 투입됐지만 청산으로 확보한 금액은 1억원이 채 안 된다. 사실상 자본금을 모두 날린 셈이다. D&H솔루션즈 사정도 다르지 않다. 초기 자본금은 1,000만원 수준이지만 이후 나이지리아 해상 광구 개발 과정에서 대우조선으로부터 수십억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분기 기준으로 대우조선의 D&H솔루션즈에 대한 대여금은 45억원에 이른다.
대우조선은 남은 자회사들 역시 이른 시일 내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매각이 여의치 않은 경우 과감하게 청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모회사 부실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풍력사업 전문기업 드윈드도 연내 매수자를 찾지 못하면 청산할 계획이다. 대우조선은 드윈드에 800억원 가량의 대여금이 잡혀 있어 청산할 경우 손실이 불가피하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해당 자회사들을 처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은 모두 대손충당금으로 잡아둬 실질적인 피해는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