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광화문 촛불집회를 보며 ‘촛불을 든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서양인 학자가 있다. 예일대 중문학 학사, 도쿄대 비교문화학 석사, 하버드대 동아시아 언어문화학 박사 출신의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한국이름 이만열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다. 촛불이 뜨거울 당시 촛불이 꺼진 그 이후를 생각하라며 숙제를 던져줬던 그가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이후 4년 만에 ‘한국인만 몰랐던 더 큰 대한민국’을 출간했다.
푸른 눈의 석학은 촛불혁명이 단순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끝낼 것이 아니며 이는 정경유착의 해체를 위한 첫걸음이며, 4대강 사업에 쏟아부은 22조원이나 자원 외교에 낭비한 수십조 원도 묵과할 일 아니라고 직언한다.
또한 저자는 “사드 문제에 앞서 미국이 미래 동북아 안보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할 경우 한국은 용기를 갖고 강대국들의 이해를 조정하고 논의를 이끌면서 적극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중국의 사드 관련 보복에도 할 말은 하라며 “한국의 당당하고 비판적인 지적과 외교적 솔선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심을 수 있고 한반도의 평화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안보’를 기후변화를 포함한 포괄적 개념으로 확장한 그는 북한의 핵무기보다 더 위험한 요소로 생태환경을 외면한 정책을 꼬집었다. 미세먼지, 중국 대륙의 사막화, 나아가 북한의 사막화와 해수면 상승 등이 한국의 미래를 위협하건만 국가 정책들은 급급한 앞가림만 하려 들 뿐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 채 헤맨다는 지적은 따끔하다.
이외에도 ‘한국은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야 할 때다’ ‘기후변화 회의를 주도하는 대한민국이 되자’ ‘한국인은 왜 독립적 사고를 못할까’ ‘한국인의 잠재력, 선조의 문화에서 찾자’ ‘미래에 한국은 무엇을 수출할 것인가?’ 등 한국인 이상으로 깊은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으로 책이 꽉 차 있다.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