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을 앞둔 최수지(25)씨는 잠에서 깨면 고카페인 에너지 드링크부터 마신다. 또 잠들기 전에는 릴렉스 드링크를 찾는다. 릴렉스 드링크는 긴장 완화에 도움을 주는 물질과 허브 추출물 등을 함유해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음료로 알려져 있다. 최씨는 “취업준비에 나서면서 평소에는 잠을 깨려고 에너지 드링크를 찾고 밤에는 잠을 푹 자고 싶어 릴렉스 드링크를 마신다”고 말했다.
20대들이 잠을 쫓는 동시에 숙면을 취하기 위해 음료 등 약물에 의존하고 있다. 학업과 취업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불면을 호소하는 청춘이 늘면서 숙면을 위해 애쓰면서도 각성상태를 추구하는 이중적인 행태도 보여주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 연령을 통틀어 20대가 에너지 드링크와 릴렉스 드링크의 주된 소비자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이 지난 16일 발표한 설문 결과를 보면 20대 가운데 91.2%가 에너지 드링크를 마셔본 경험이 있었다. 이는 30대(92.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릴렉스 드링크를 마셔본 경험은 20대 8.4%로 10대의 9.2%와 엇비슷했다. 취업준비생인 김정수(27)씨는 “기분 탓인지 모르지만 음료를 마시면 잠을 깨고 더 잘 자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가 서로 다른 목적의 두 음료를 찾는 것은 사실상 같은 이유에서다. 학업과 취업준비 등으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잠을 깨는 에너지 드링크를 찾는다. 동시에 같은 이유로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서 릴렉스 드링크를 찾는 20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2014년 46만2,099명에서 2015년에는 50만5,685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54만2,939명이 불면증으로 진료를 받으면서 불면을 호소하는 사례는 해마다 늘고 있다. 국내 릴렉스 드링크 시장은 초기 단계지만 앞으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해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는 20대가 늘어났다”며 “취업과 경제적 이유 등으로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커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경쟁사회에서 점차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게 나타남에 따라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수면욕구조차 음료에 의존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고강섭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히 20대들이 학업과 취업 등에 따른 불안심리를 풀기 위해 구입하기 쉬운 음료 등 약물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개인의 성공만을 바라는 경쟁사회에서 공동체 의식이 옅어짐에 따라 인간관계를 통한 불안감 해소가 어려워지면서 약물에 더욱 의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