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만큼은 한국제품이 ‘넘버원’인 것은 맞습니다. 많은 한국제품이 사랑 받고 있는 것은 맞지만 또 그만큼의 많은 기업들이 내수시장에서 사라져갔습니다. 생산기지로서의 베트남과 소비시장으로서의 베트남을 구분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려면 꼼꼼한 시장조사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다들 가니깐 우리도 한번 가보자’란 식의 막연한 접근은 필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락앤락(현지어 발음 ‘록깬록’)은 깐깐한 이 시장에서 생산거점과 소비시장 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몇 안 되는 성공사례로 꼽힌다. 작년에는 베트남 국민이 신뢰하는 10대 브랜드에 국내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락앤락의 베트남 사업을 총괄하는 천해우(사진) 법인장은 베트남 진입을 준비하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이라면 생산과 소비시장으로서의 베트남으로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 법인장은 “베트남 시장이 포스트 차이나로 평가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진출하려고 하는데 이 곳은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시장”이라며 “락앤락은 10년이란 시간, 그리고 베트남 국민성을 겨냥한 현지화 전략으로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락앤락은 베트남 시장에 생산거점을 구축하기 위해 들어왔다가 유통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한 케이스다. 베트남 진입 전까지 중국에서 같은 형태의 전략을 구사하면서 큰 성공을 거뒀던 경험이 도움이 됐다. 2016년말 현재 매출액은 366억원으로 2010년 이후 6배 이상 급성장했다.
천 법인장은 “인건비가 비록 최근 수년 사이 올랐지만 (인접국과 비교해) 인프라가 뛰어나다는 점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수준이고 에너지·물류비용 등이 높지 않아 생산거점으로서의 장점은 아직 남아 있다고 본다”면서 “내수시장은 양극화가 심하고 글로벌 일류 브랜드들이 많이 들어와 있어서 공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 법인장은 내수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베트남 맞춤형 현지화 전략과 중장기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락앤락은 김준일 회장이 베트남 진출 초기부터 재래시장을 들락날락하면서 유동인구 숫자나 남녀노소를 기준으로 소비계층을 모니터링했을 정도로 현지화에 공을 들였다.
천 법인장은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국민들 간 애착이 강하고 그만큼 애국심도 강한 자존심 센 민족”이라며 “락앤락은 벌어들인 수익을 활용해 고아원과 양로원, 학교 등을 건설했고 장학사업 같은 CSR(사회공헌) 활동이 누적되면서 베트남 소비자 속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단순히 소비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만 보고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천 법인장은 “10년 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베트남 진출 초기부터 ‘브랜드 빌딩’을 준비한 창업주의 판단이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호찌민=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