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월마트가 글로벌 유통시장의 ‘포식자’ 아마존에 맞서기 위한 전방위 동맹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송망 확대를 위해 세계 최대 차량공유 업체인 ‘우버’와 손을 잡은 데 이어 미 정보기술(IT) 업계 최강자인 구글과도 제휴해 온라인 판매경로를 확충하는 등 아마존 추격을 위한 총력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 구글이 자사 인터넷쇼핑몰인 ‘구글익스프레스’를 통해 월마트 물품을 판매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세계 최대 오프라인 소매업체인 월마트가 자사 물품을 외부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최초의 시도라고 미 언론들은 설명했다.
특히 이번 제휴로 월마트 이용고객은 구글의 인공지능(AI) 스피커인 ‘구글 홈’을 통해서도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지난 2014년 아마존이 최초 도입한 시스템인 AI 스피커 ‘에코’의 음성명령 쇼핑 서비스와 동일한 기능이다. 구글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스마트폰을 통한 제품 구입도 할 수 있다. 월마트 제품구매 내역은 구글 계정으로 옮겨져 자동으로 쇼핑 패턴과 향후 필요한 물품에 대한 조언도 받을 수 있다. 마크 로어 월마트 전자상거래 최고책임자는 “우리는 소비자들이 전혀 상상하지 못한 형태의 쇼핑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과 IT ‘공룡’ 간 제휴는 세계 유통시장을 무서운 속도로 집어삼키고 있는 아마존이라는 거대한 적에 맞서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분석된다. 온라인쇼핑 업계에서 아마존의 지배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기존 최강자였던 월마트는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영수증 통계업체 ‘슬라이스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7월 온라인에서 지출된 1달러 가운데 약 45센트를 아마존이 청구한 것으로 집계된 반면 월마트의 청구액은 2센트에 불과했다. 월마트가 온라인에서 번 돈의 20배가량을 아마존이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6월 아마존은 대형 식료품업체 ‘홀푸드’를 인수하며 식료품 업계에까지 진출하는 등 막강한 식욕을 과시하고 있다.
소비자가 상품구매 결정 시 검색엔진을 제공하며 자사 플랫폼을 통한 물품판매의 수혜를 봤던 구글 역시 아마존의 직접적인 위협을 받는 입장이다. 구글은 2월 AI 스피커를 통해 음성명령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서비스로 아마존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시장을 선점한 아마존에 한참 뒤처진 상황이다.
한편 아마존의 무서운 세력확대에 맞서려는 ‘전통 강자’ 월마트의 반격은 업종을 막론한 제휴확대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월마트는 21일(현지시간) 온라인몰 월마트닷컴의 주문물품을 우버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텍사스주 댈러스, 플로리다주 올랜도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 역시 아마존이 식료품 배달 서비스 ‘아마존프레시’를 출범하고 온라인 유통망을 넓히는 데 맞서려는 노력이다.
다만 월마트의 이 같은 노력에도 아마존을 따라잡으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디어 분석회사 컴스코어에 따르면 7월 월마트 웹사이트를 방문한 사람은 8,360만명으로 아마존 방문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수억 개의 품목을 판매했지만 월마트 웹사이트가 판매한 것은 6,700만~1,000만개 정도에 그쳤다. 소매 컨설팅 업체 커스토머그로스파트너스의 크레이그 존슨 대표는 “월마트가 온라인에서 아마존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는 못하겠다”면서도 “강력한 넘버2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