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도발 위협에 대해 강경발언을 쏟아냈던 한미 정상들이 대화를 언급하는 강도가 세지고 횟수도 많아졌다. 일각에서는 한미와 북한 간에 협상을 위한 물밑 접촉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외교부와 통일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한반도 평화의 직접 당사자인 우리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남북 대화 재개와 주도적인 국제정세 대처를 주문했다. 때마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아마도 긍정적인 무언가가 일어날 수 있다”며 북미 관계 호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날 선 위협과 경고를 주고받던 북미가 대화의 길로 들어설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핵심정책에 대해 토의했다.
이 자리에서 두 장관은 평화적 북핵 해결과 남북 대화 재개를 가장 중요한 정책 추진 방침으로 보고했다. 강 장관은 “한미 공조 아래 북한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하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외교부에 대해 “한반도 평화 정착은 우리의 과제이고 세계 평화와도 직결되는 과제”라며 “직접 당사자인 우리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는 우리가 지킨다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고 동의와 지지의 뜻을 나타냈다.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 중 특히 통일부에 대한 당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통일부 폐지 움직임도 있었고 그간 주요 정책 결정에 통일부가 목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면서 “외교안보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통일부의 역할이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 막중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엄동설한에도 봄은 반드시 오니 씨를 잘 뿌릴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특히 통일부가 역점을 둬야 할 것은 한반도 신경제 구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 구상이 실현되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며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토대가 된다”며 중단된 경협사업을 재개해나갈 뜻임을 분명히 했다.
때마침 이날 미국에서는 북미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와 관심이 집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열린 지지 집회에서 “그(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가 우리를 존중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나는 존중한다”며 “아마도,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아마 긍정적인 무엇인가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북미가 뉴욕 채널 등을 통해 물밑 대화를 진지하게 해나가고 있다고 국내외 전문가들이 관측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그 의미가 가볍지 않아 보인다. 최대한의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되 최종 해결은 대화로 한다는 것이 미국 대북전략의 큰 틀이다.
앞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북한이 괌 포위사격을 하지 않은 데 대해 “어느 정도 수준의 자제를 분명히 보여준 데 대해 만족한다”며 “이것이 우리가 대화의 길을 볼 수 있는지 판단하는 시작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뉴욕=손철특파원 맹준호·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