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고르고 고른 깜짝인사...또 청문회 문턱 못 넘나

박성진 중기부 장관 후보 '창조과학' 신봉 의혹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격론 오갈 듯

중기부만의 역할론 등 현안 산적에

또 무리한 인사 화 부른 게 아니냐 분석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박성진(49·사진)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24일 깜짝 발탁됐지만 뜻하지 않은 창조과학 신봉자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는 초대 중기부 장관으로 박 교수를 내정하면서 연구개발(R&D)과 창업정책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지만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게 됐다.


이날 과학계에 따르면 박 교수는 산학 현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한 젊은 학자다. 이 때문에 중소·벤처·소상공인 업계는 모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박 후보자를 “대기업 위주의 한국 경제가 당면한 성장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혁신과 벤처창업생태계 환경 조성에 앞장설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청와대도 “기계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공학자”라면서 20년 전부터 대기업과 벤처기업에서 현장 경험을 쌓아온 학자이면서 포스텍 기술지주 대표이사로서 기술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사업을 해와 새 정부의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서 적임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벤처 창업 현장 경험을 지닌 뛰어난 공학자라는 자질과 별도로 그의 종교활동이 국회 청문회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박 후보자는 진화론을 부정하는 기독교 근본주의 단체로 알려진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로 활동했다. 지난 1981년 설립된 한국창조과학회는 창조신앙을 회복하고 창조론적 교육개혁과 창조과학관의 건립 등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다.


그는 2013년 창조과학회 홈페이지에 남긴 글에서 “2013년 8월 창조과학 관련 가장 큰 콘퍼런스 중 하나인 ‘국제창조론 콘퍼런스(ICC·International Conference on Creationism)가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립니다. 이 콘퍼런스에서는 세계 각국의 창조과학자들이 각자 연구한 것들을 발표하고 토의하면서 기원에 대한 창조모델을 구상해나가는 자리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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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과학은 성서의 창조론을 과학에 근거한 사실로 간주하고 진화론을 부정하는 근본주의 신앙운동으로 주류 기독교에서는 ‘이단’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후보자는 해운대고를 졸업하고 1986년 포항공대 개교 첫해 기계공학과에 입학해 1회 수석졸업을 했으며 이후 포항공대에서 기계공학과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6년부터 4년여간 LG전자 과장으로 재직한 뒤 벤처기업인 엘레포스 부장과 세타백 이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미국 미시시피주립대 연구교수를 거쳐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로 일해왔다. 2012년에는 액셀러레이팅(신생기업에 대한 투자·지원) 사업을 하는 포스텍 기술지주를 설립, 현재 대표를 맡고 있다. 포스텍 기술지주는 올해부터 5년간 총 120억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학이 설립한 액셀러레이터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미국 대학 연구진과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이 분말야금 분야 국제학술지인 ‘파우더 메탈러지’지의 최고논문상에 선정되기도 하는 등 공학자로서도 인정을 받았다.

이런 경력이 기술창업 활성화를 중시하는 새 정부에 적합한 것으로 후한 점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중소기업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술 분야와 기업 양쪽 경력을 갖춘 경험을 높이 평가한 것”이라며 “특히 창업벤처 부문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중소·벤처기업 활성화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 후보자는 사실 중소벤처 업계는 물론 중기부 내에서도 생소한 인물이다. 벤처기업협회장을 지낸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서경 펠로)은 “(벤처 모임에) 나오는 사람이 아니고 잘 모르는 분”이라고 전했다. 중기부의 한 국장도 “이름을 처음 들어봤다”고 할 정도다.

그동안 중기부 장관 인선이 늦어진 이유는 관료나 정치인 출신이 아닌 기업인 중에서 장관을 찾았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기업인 출신의 경우 여러 명을 접촉했으나 번번이 보유한 주식을 백지신탁해야 하는 문제에 부딪혀 고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청와대 관계자는 “기업인 출신들이 검증 과정에서 백지신탁 문제 때문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인선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인사검증 과정에서 종교 논란을 파악하지 못한 채 서둘러 인사를 단행하다 문제를 키운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해욱·임진혁기자spooky@sedaily.com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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