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제조업, 뿌리째 흔들린다-상] 中, TV·車 턱밑 추격…잘나가던 디스플레이마저 가격하락 '암초'

반도체 호황에 가려진 암울한 현실

공장가동률 금융위기 후 최저...업종 불균형 심화

전기차·로봇 등 신산업은 성장 더뎌 미래 불투명

성장 한계...M&A 활성화 통해 산업재편 촉진을

2515A03 제조업 평균


올 상반기 수출액(2,794억달러)은 전년 동기 대비 15.8%나 늘었다. 반기 기준으로는 역대 5위일 만큼 호조를 보였지만 반도체의 폭발적 성장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3개 수출 주력품목 중 10개가 늘었지만 무선통신기기와 가전·자동차부품·섬유 등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조선과 디스플레이 등은 수주 잔량 감소와 가격 하락, 중국의 부상 등으로 전망이 밝지 않다. 여기에 전기차나 로봇과 같은 신산업은 성장이 더뎌 미래마저 불투명하다. 저성장 고착화와 공급과잉, 대기업 공장의 해외 이전 등으로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한계에 봉착한 만큼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과 함께 신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장 가동률 뚝뚝…업종 간 불균형 심화=한국 제조업 부진은 평균 가동률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6%로 전 분기(72.8%) 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4분기(66.5%) 이후 최저치다. 2·4분기 기준으로는 외환위기였던 1998년(66.4%) 이후 가장 낮다. 평균 가동률이 낮다는 것은 공장이 문을 열지 않거나 문을 열어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제조업 가동률 하락은 투자 위축과 일자리 감소 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위험신호’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업종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 2·4분기 제조업 전체 생산능력지수(2000년=100)가 112.8로 나타난 가운데 반도체 제조업은 256.5로 2배 넘게 올랐지만 조선업이 포함된 기타운송장비 제조업은 105.1에 그쳤고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은 99.6, 섬유제품 제조업은 92.8로 뒷걸음질쳤다. 침체에 빠진 한국 제조업 현실이 슈퍼사이클을 맞아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도체에 가려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추격에 가격 하락까지…엎친 데 덮친 한국 기업=한국 제조업 부진의 원인은 다양하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든 탓이 크지만 조선·철강 등이 업황 부진으로 구조조정에 한창이고 철강과 석유화학은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급성장은 한국 제조업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중국 TV 업체 TCL은 올해 1·4분기 북미 30인치대 보급형 TV 시장에서 점유율을 4배나 끌어올리며 TV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말 6.1%에 불과했던 TCL의 점유율은 올 1·4분기 24.7%까지 치솟으며 1위로 올라섰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지난 상반기 중국 자동차 판매 순위에서 상위 10곳 중 4곳이 중국 토종 업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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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최근 1~2년 새 호황을 누리던 디스플레이 업종은 가격 하락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IHS마킷의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55인치 TV용 오픈셀(Open Cell·백라이트 모듈을 장착하지 않은 반제품 형태) 가격은 194달러로 지난달에 비해 9달러나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TV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LCD 패널에 대한 가격 인하 압박이 거세진 상황에서 BOE·차이나스타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와 가격 공세로 한국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M&A 활성화로 제조업 구조개편…신산업 투자 늘려야=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 주력 산업의 성장성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 발굴은 더디다. 전기차와 로봇·항공우주·바이오헬스 등 8대 신산업 수출은 올 상반기 315억달러로 전년 대비 20%가량 늘었으나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3%에 머물렀다. 신산업 수출 비중이 꾸준히 확대되고는 있으나 2년 동안 2.2%포인트 오르는 데 그칠 정도로 증가세가 둔하다.

침체에 빠진 제조업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면 한계에 봉착한 업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을 촉진하고 이를 위해 과감한 금융·세제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자본·노동 투입 의존형 성장 구조에서 벗어나 우수 인적 자본과 기술 축적을 바탕으로 한 생산성 향상을 꾀하는 한편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신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산업경쟁력연구본부장은 “기존 주력 업종 중에서도 지능형 자동차나 합금강·첨단소재와 같은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로봇과 인공지능 등 신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성행경·윤홍우기자 saint@sedaily.com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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