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영화

[리뷰] 힙한데 뭉클한 ‘베이비 드라이버’, 에드가 라이트의 천재성 입증

2017년 상반기에 ‘분노의 질주’가 있었다면 하반기에는 ‘베이비 드라이버’가 있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전에 없던 시도의 결합으로 ‘힙하고 짜릿한’ 카체이싱을 선보인다.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감독 에드가 라이트)가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선 공개됐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귀신같은 운전 실력, 완벽한 플레이리스트를 갖춘 탈출 전문 드라이버 ‘베이비’가 한 여자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카체이싱으로 대표적인 시리즈 ‘분노의 질주’가 지난 4월 전 세계를 카타르시스로 몰아넣은 데 이어 9월 14일 개봉하는 ‘베이비 드라이버’의 또 다른 오감 만족 카타르시스도 기대해 볼 만하다. 비트, 액션, 개성 강한 캐릭터, 스토리, 유머, 영상미 등 다양한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영화의 탄생이다.

이는 감독의 대표적인 전작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 ‘뜨거운 녀석들’(2007)에서 특유의 연출 감각으로 먼저 엿볼 수 있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로 호러, ‘뜨거운 녀석들’로 액션의 유머러스한 변형을 이끌어내며 장르적 쾌감을 던졌던 개성파 감독 에드가 라이트가 이번에는 음악과 액션의 완벽한 조화를 꾀했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극 초반부터 인물의 행동과 음악의 싱크로율을 100% 일치시켜 관객들을 순식간에 신세계로 초대한다. 베이비가 차 안에서 와이퍼를 켜는 것부터 지폐 세는 소리, 발걸음, 심지어 지나가는 행인의 말소리까지 세세한 부분에서 모두 비트를 만들어, 영화 속 세상이 모두 베이비가 듣는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역동성을 준다. 이는 무려 30곡의 플레이리스트로 구성돼 때로는 상황에 맞게, 때로는 상황에 모순되게 끊임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사진=소니 픽쳐스/사진=소니 픽쳐스



신개념 범죄 액션답게 음악적 카타르시스를 추구할 뿐만 아니라 액션의 완성도도 굉장히 높다. 전후좌우상하 좀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카체이싱과 타격감 센 총격 액션이 화려한 색감을 입고서 강렬한 인상을 준다. 한 장면 안에 다방면의 요소를 영리하게 섞은 감독의 예술적이고 천재적인 연출력이 또 한 번 입증된다.

관련기사



‘베이비 드라이버’의 특색은 차량이 순식간에 방향을 트는 시각적 요소는 물론, 주인공 베이비의 결단 과정을 그리는 이야기의 전개 방향까지 전혀 앞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출에 앞서 시나리오도 직접 집필한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어린 시절 이명이 있었던 실제 경험담을 베이비 캐릭터로 녹여내면서 트라우마에 관한 서사, 서스펜스, 독창적 아드레날린, 적재적소의 유머를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들에서 불쑥 불쑥, 하지만 탄탄하게 꺼내든다.

주인공 베이비 역으로 안셀 엘고트의 캐스팅은 제격이다. 앳된 얼굴에 소년미를 장착해 여려 보이면서도 내면의 슬픔과 박진감 넘치는 드라이빙 액션 모두를 이질감 없이 표현했다. 베이비를 탈출 전문 드라이버로 고용한 냉철한 범죄 설계자 역의 케빈 스페이시, 다혈질 범죄 멤버 배츠 역의 제이미 폭스는 명불허전의 믿고 보는 몰입감을 자랑한다. 그 밖에 인물들도 극에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어필한다.

만약 외적 쾌감만으로 승부수를 띄웠다면, ‘베이비 드라이버’는 그저 숱한 킬링타임용 액션 영화 정도로 희미하게 기억됐을 것이다. 이 영화의 진가는 베이비가 과거에서 탈출해 영화의 마지막에 다다른 후에 느껴지는 뭉클한 감정에 있다.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를 겪고 보듬어지지 않았던 베이비는 ‘한 사람’에 의해 정서적 안락을 찾고 일련의 사건을 스스로 돌파해나가면서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한다. 귀신같은 드라이빙 실력은 베이비에게만 붙일 것이 아니라 감독에게도 걸맞겠다.

/사진=소니 픽쳐스/사진=소니 픽쳐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