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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며 겨자먹기’ 자투리펀드 정리 분주한 운용사

9월말까지 청산 이행 실적 제출

5%이하 못맞추면 신규펀드 중단

"운용전략상 꼭 필요한 상품 있고

투자자 동의 확보 쉽잖아" 불만





자산운용사가 설정액 50억원을 밑도는 ‘자투리펀드’ 정리로 바빠졌다. 다음달까지 정리 이행 실적을 제출해야 하는데 자칫 비중을 줄이지 못할 경우 신규 펀드 출시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어서다. 펀드를 아예 청산하거나 자금을 추가 모집해 몸집을 불리려고 하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중소형·외국계 자산운용사는 “투자자의 동의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25일 슈로더자산운용에 따르면 이달 회사는 ‘슈로더코리아알파’ 펀드를 청산했다. 오는 9월 말까지 설정액 50억원을 밑도는 펀드 비중을 전체의 5% 이하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슈로더자산운용은 전체 15개 펀드 중 3종의 소규모 펀드를 보유했는데 슈로더코리아알파 펀드를 청산하며 간신히 부담을 덜었다.


한화자산운용도 9월까지 ‘한화프리엄브렐러단기증권전환형투자신탁1호’ 펀드 등 2개 펀드를 청산한다. 현재 한화자산운용의 소규모펀드는 5종(7.36%)이지만 이 경우 소규모 펀드 수는 3종, 비중은 4.17%로 떨어진다. 이 외에 삼성자산운용·삼성액티브자산운용 등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다음 달까지 일부 펀드를 청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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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가 펀드 정리에 나선 것은 금융위·금감원의 ‘소규모 펀드 정리 활성화 및 신설 억제를 위한 모범규준’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11월부터 설정 1년을 넘은 공모펀드 중 설정액이 50억원을 밑도는 소규모 펀드 정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분기별로 이행 실적을 보고해야 하는데 9월 말 보고를 앞두고 운용사들이 서둘러 보유 펀드를 정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행 초기만 해도 외국계·중소형 운용사의 반발이 컸다. 중소형 운용사의 경우 펀드 종류가 많지 않아 1~2개의 소규모 펀드만 보유해도 5% 기준을 훌쩍 뛰어넘기 때문이다. 현실을 감안해 금융당국은 자투리펀드가 2개 이하인 경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를 넘더라도 신규펀드 제한을 적용받지 않도록 제도를 완화했다.

운용사들은 여전히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규모가 작아도 운용 전략상 반드시 필요하다면 청산이 어렵기 때문이다. 유사한 펀드가 많은 대형사의 경우 펀드의 흡수·합병으로 투자자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지만 중소형사 펀드는 대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 펀드는 수익률이 양호해 투자자의 동의를 얻기도 쉽지 않다.

일부 운용사는 해당 펀드를 키우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템플턴자산운용은 자사의 ‘프랭클린지속성장증권펀드’ 설정액은 45억원 정도지만 6개월 수익률이 8~9% 수준으로 양호해 해당 펀드의 설정액을 50억원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국내 한 중소 운용사 관계자는 “소규모 펀드라도 가입자가 있고 관리는 판매사에서 하기 때문에 판매사 협조가 없다면 투자자 동의 없이 펀드를 청산하기가 어렵고 일부 청산 자체가 불가능한 펀드도 많다”며 “신규 상품을 출시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간신히 기준을 맞추고 있지만 청산할 수 없는 펀드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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