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복지확대와 세대 간 전쟁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재정 악화시킬 공공부문만 팽창

부담은 다음세대에 떠넘기는 꼴

민간 투자·고용 활성화 유도할

합리적 정책 통해 미래 밝혀야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최근 각종 일자리 지원정책과 복지확대정책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어 국가재정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 투자가 활성화돼 일자리가 창출되면 세금을 내는 일자리가 만들어져 고용도 늘어나고 재정도 튼튼해지지만 임금인상·규제증가·세금인상 등 반기업정책들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민간 부문의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자연히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과 복지확대라는 세금을 쓰는 정책들이 줄줄이 발표되고 있다.

문제는 그러한 정책 결과 악화될 재정은 다음 세대가 부담하게 된다는 점이다. 세대 간 전쟁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다. 오는 2050년께로 추정돼왔던 국민연금기금 고갈시기가 소득대체율 (연금지급액/평균소득) 인상, 저성장에 따른 기금투자 수익률 하락, 고령화 저출산으로 큰 폭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 저출산이 되면 생산가능인구의 하락으로 연금수급자는 늘어나는 반면 연금보험료 납부자는 줄어들어 국민연금재정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더구나 베이붐 세대의 본격적인 연금수급 시기도 다가오고 있다. 건강보험기금도 2023년에 고갈이 전망되고 장기요양보험은 곧 바닥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재정도 건실한 형편이 아니다. 현재 예산 중 31% 정도인 복지비 비중이 2035년께 50%를 돌파해 공공행정·국방 등 경직성 지출비중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재정운영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세금을 내는 바탕이 되는 성장률은 계속 하락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0년 한국성장률을 2.2%로 전망하는 등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원 자체가 주는 것이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는 2033년께 재정위기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지금의 청년·장년들이 앞으로 20년 전후에 닥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고갈, 재정운용 어려움 등 재정위기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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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기존 복지의 누수 부분 구조조정은 외면한 채 복지확대정책만 주장하고 심지어 고갈시기가 앞당겨지는 국민연금기금을 당겨쓰자는 주장도 서슴없이 나오고 소득대체율을 더 올리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00대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데 2018~2022년 5년간 178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복지 부문에만 77조원을 배분하고 있다. 이를 비과세 감면, 재량지출 축소 등으로 조달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비과세 감면은 이미 많이 줄여 축소 여지가 많지 않고 그나마 남아 있는 부문이 대부분 연구개발 세액공제, 투자세액공제 감면 등 성장동력 확충과 관련된 부분이다. 재량적 지출도 사회간접자본 산업투자 등 경제적 지출이 대부분이다. 이런 부문을 축소할 경우 성장동력 약화로 성장이 둔화돼 세수가 감소할 우려마저 있다. 재원대책으로 최근 발표된 고소득자소득세·대기업법인세 인상 등 세법개정으로 연간 5조5,000억원 정도 걷힐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정도는 지출 규모에 비해 조족지혈 수준이지만 성장률 둔화로 이 정도도 걷힐 것인지 불투명한 실정이다.

결국 국채를 발행해 충당해야 하고 국채발행은 곧 국가부채 증가를 의미한다. 그렇지 않아도 걱정인 재정위기가 앞당겨질 우려가 크다. 우선 인기 있는 정책을 남발하면 다음 세대는 감당하기 힘든 재정위기를 겪는다. 전형적인 세대 간 전쟁이다. 어떻게 해야 양질의 일자리가 넘쳐나고 재정위기가 없는 밝은 미래를 다음 세대에게 남겨줄 것인지 많이 고민해야 한다. 투자환경을 개선해 양질의 대기업 일자리를 만들고 규제를 혁파해서 창업환경을 만들어주고 더 중요한 것은 미래의 재정위기를 예방해 다음 세대의 비극을 막아주는 정책들이 시급하다. 청년들도 뜨거운 가슴에만 머물지 말고 본인들의 밝은 미래를 보장해줄 정책들이 어떤 정책들인지 냉정하고 객관적인 이성적 판단을 해야 할 때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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