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2승자 없는 춘추전국시대가 12개 대회째 이어졌다. 열두 번째 우승트로피는 겁없는 신인 김홍택(24·AB&I)에게 돌아갔다.
김홍택은 27일 부산 기장군 해운대CC(파72·7,054야드)에서 열린 KPGA 투어 카이도시리즈 동아회원권그룹 다이내믹부산 오픈(총상금 7억원)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로 5언더파 67타를 쳐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정상에 올랐다. 공동 2위 이근호(34·볼빅)와 맹동섭(30·서산수골프앤리조트·이상 12언더파)를 6타 차로 제친 그는 생애 첫 우승을 거두며 무서운 신예의 등장을 알렸다. 이번 시즌 첫 신인 우승.
김홍택은 지난해 2부 투어인 챌린지 투어에서 시즌 상금 상위(7위) 자격으로 올해 정규 투어 시드를 획득한 루키다. 올 들어 단 2차례만 컷을 통과했던 그의 우승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9번째 출전 대회인 이번에는 둘째 날 선두에 올라선 이후 끝까지 순위표 맨 윗줄을 지켜냈다. 이날 획득한 우승상금 1억4,000만원은 김홍택이 이 대회 전까지 받은 397만원의 35배가 넘는 금액이다. 그는 비용이 많이 드는 필드 라운드 대신 스크린골프로 샷을 연마한 이색 경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올해에도 짬짬이 스크린골프 투어 활동을 하며 통산 4차례 우승을 차지했던 그는 필드 대회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김홍택은 티칭 프로골퍼 출신인 아버지 김성근(50) 씨와 선수-캐디로 우승을 합작해 기쁨이 배가 됐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게서 골프를 배운 김홍택은 키는 173cm로 크지 않지만 다부진 체격에서 나오는 호쾌한 스윙이 일품이다. 이번 대회 전까지 올 시즌 드라이버 샷 평균거리 3위(296.5야드)를 달리는 장타자다.
전날 3라운드에서 4타 차 선두에 올라 우승을 예약했던 김홍택은 이날 전반에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2타를 줄이며 순항했다. 이근호가 전반에만 버디 5개를 잡으며 맹추격을 벌였으나 신인답지 않게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적잖은 선수들이 타수를 까먹은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사실상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4타 차로 리드를 벌린 그는 16번홀(파4) 버디에 이어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는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2퍼트로 가볍게 1타를 더 줄여 6타 차 완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홍택은 “시즌 데뷔 전 2승을 올리는 것과 장타왕에 오르는 게 목표였지만 막상 정규투어에 와보니 장타자들이 정말 많아 장타왕 목표는 살짝 접었다”고 몸을 낮추면서 “다시 욕심을 버리고 남은 대회에서 한 번 더 우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홍택의 우승으로 시즌 첫 다승자 탄생은 다시 미뤄졌다. 1승 기록자 중에는 개막전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우승자 맹동섭이 공동 2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고 이정환(26·PXG)이 공동 4위(10언더파)로 뒤를 이었다.
/부산=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