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제조업 뿌리째 흔들린다] 박사 60% '노 리턴'...씨 마르는 제조업 인재

4차혁명 고급두뇌 필수인데

낮은 처우·정책적 홀대 등에

고국 등지는 현상 갈수록 심화

'인재확보 전쟁'부터 뒷걸음

2815A01 미국박사현지잔류율


미국 이공계 명문 텍사스A&M대학에서 전자공학박사 학위를 딴 30대 김모씨는 최근 고민 끝에 미국에 남기로 했다. 현지에서 괜찮은 취업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국내에서는 신산업과 연계된 자신의 연구분야에 주목하는 곳을 찾기 어려웠던 게 결정타였다. 그는 “연구기관의 폐쇄성과 순혈주의, 미국의 절반도 안되는 연봉은 둘째치고, 고국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고급 인재가 고국을 등지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엔지니어에 대한 낮은 처우,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기업, 정책적 홀대 등이 맞물린 결과다. 여기에 제조업과 융합된 새 분야에서 역량을 기른 인재를 받기에 역부족인 국내 시스템도 문제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4차 산업혁명기에 맞춘 산업 재편이 시대 과제로 떠올랐지만 기업도, 정부 정책도 이에 대한 준비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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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의 ‘노 리턴(no return)’ 현상은 최근 미 국립과학재단(NSF)이 발표한 ‘2015 박사 학위 취득자 현황 보고서’에 잘 드러난다. 2005~2015년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딴 한국 유학생의 미국 잔류율은 63%나 됐다. 10명 중 6명 넘게 미국에 남는다는 얘기다. 이는 △일본 50% △대만 61% △태국 28% 등 다른 아시아권 국가보다 높은 것으로, 특히 1990년대(20%대)와 비교하면 3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고 호황 중인 국내 반도체 업계마저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조선 등 업종 구조조정과 탈원전 정책 추진 등으로 고급 인재의 해외 이탈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제조업 혁신의 관건인 ‘인재 확보 전쟁’에서부터 뒤지고 있는 셈이다. 김도훈 경희대 특임교수(전 산업연구원장)는 “과거 중후장대형 산업의 성공에 안주한 결과가 제조업 붕괴로 나타나고 있다”며 “인재가 고국을 외면하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신산업이 꽃필 수 있는 규제 완화, 학제 개편, 연구개발(R&D) 투자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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