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디 베어’라는 별칭의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1901년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백악관 증축을 지시한다. 전임자인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이 암살돼 갑작스럽게 대통령직을 승계한 루스벨트 입장에서는 그때까지 백악관 중앙관저 4층에 있던 집무실이 너무 협소했기 때문이다. 취임 당시 42세의 젊은 나이인데다 올망졸망한 여섯 명의 자녀와 아내 등 가족은 물론 보좌진이 함께 지내기에는 좁고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온실과 마구간이 있던 서쪽에 임시 사무공간인 별채를 지었는데 현재의 백악관 ‘웨스트윙’이다.
하워드 태프트 대통령은 웨스트윙을 다시 남쪽 테니스장까지 확장하고 이때 타원형의 사무실이 만들어지는데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의 시초다. 이 집무실은 소아마비가 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대대적 개조 작업을 지시해 현재 위치로 옮겨진다. 중앙 관저로 바로 연결돼 대통령은 직원들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사무실과 안채를 오고 갈 수 있게 만들었다. 이후 백악관 행사 공간인 이스트윙이 지어지고 직원이 계속 증가하면서 많은 사무실과 부통령 집무실은 서쪽의 아이젠하워 빌딩으로 들어갔다.
웨스트윙이 백악관 그 자체로 인식된 것은 1999년 방영돼 2006년 종영될 때까지 7편의 시즌이 나온 동명의 TV 드라마 때문이다. 스크립트 없이 토론하는 장면을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등 파격을 보인 이 드라마는 백악관에서 이뤄지는 대통령과 보좌진의 정치 결정과 입법과정을 너무 생생하게 그려내 걸작으로 꼽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역동적이고 개방적인 리더십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 보좌진 사무실인 여민관으로 옮기는 계획에 대해 ‘한국판 웨스트윙’이라고도 부른다.
웨스트윙이 17일간의 새 단장을 마치고 지난 24일 공개됐다. 역대 대통령마다 웨스트윙을 바꿔왔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벽지와 커튼 선택 등에 크게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모습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가리는 모습을 ‘사상 최고의 일식’이라고 제목을 붙인 내용을 리트윗했다고 한다. 결국 트럼프가 웨스트윙 단장에 그렇게 신경 쓴 것도 ‘오바마 지우기’의 일환이었나 보다. /온종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