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동차산업연합회(OICA)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상용차 판매량은 365만대로 아시아·중동 전체 시장 규모의 49%를 차지했다. 현대차가 지난 2012년 쓰촨현대를 통해 중국 상용차 시장에 첫발을 내디딜 당시 업계에서 “현대차가 고수익 상용차로 제2의 도약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던 이유다. 하지만 현대차는 5년 만에 판매 부진의 여파로 중국 상용차 시장에서 백기를 들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저무는 글로벌 상용차 업체의 꿈=쓰촨현대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및 협력사에 따르면 공장 가동률은 30%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중국 협력업체에는 대금 지급이 이뤄지지만 한국 협력사에는 대금 지급이 비정기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50여명의 주재원 숫자 역시 대폭 삭감하는 내용도 검토 중이다.
현대차는 쓰촨현대 출범 당시 합작사인 난쥔기차의 생산설비를 리모델링해 쓰촨시 쯔양에 연 15만대의 트럭공장을, 청두에 연 1만대의 버스공장을 설립했다. 고급 상용차 생산라인도 착공해 현대차의 버스 ‘카운티’를 20인승과 36승 모델 두 가지를 선보였다. 하지만 판매량은 2014년 후 줄곧 3만대 벽을 넘지 못했다. 업계 1위인 동풍상용차 판매량의 4분의1 수준이다. 지난해 도입할 예정이었던 마이티는 1년이 지난 지난달에야 생산을 겨우 시작했다.
쓰촨현대의 부진은 중국의 경기 침체와 맞닿아 있다. 대형 트럭과 버스는 경기에 크게 좌우된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의 거품을 잡겠다는 중국 대책으로 쓰촨현대가 본격 출범한 2013~2015년 판매를 늘리기 힘들었다. 중국 서부 대개발 사업의 중심지였던 쓰촨성 역시 북서부 지역 건설경기가 한풀 꺾이면서 고전했다. 실제로 중국 상용차 판매량은 2013년 405만대를 기록한 후 3년 연속 감소세다. 2015년에는 전년 대비 판매량이 9.8% 급감했다.
쓰촨현대가 운영한 상품전략도 어려움을 더했다. 합작사인 난쥔기차의 차종은 저가 브랜드로 운영하고 현대차가 추가로 신규 투입할 모델은 고급 브랜드로 운영하는 이원화 전략을 진행했다. 상용차 시장에서 현대차 브랜드가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고 난립한 현지 업체와의 가격 차는 맞추기 힘들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난쥔기차 차량을 현대 브랜드로 판매했다면 규모를 키우는 데는 성공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쓰촨현대의 부진으로 현대차는 인도와 동남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도 현지 언론들은 현대차가 인도에 상용차 공장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동남아에서는 인도네시아에 현지 업체와 합작 형태로 생산거점 구축을 추진 중이다.
◇충칭 5공장, 쓰촨현대 길 걷나 우려도=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하반기 본격 가동에 돌입한 승용 충칭 5공장이 자칫 쓰촨현대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생산설비를 마련했지만 판매 부진으로 고전할 수 있다. 현대차는 최근 중국제품개발본부를 신설하고 연구개발과 상품전략 기능을 통합해 철저하게 중국 현지인의 입맛과 수요를 반영한 차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상용에 승용까지 휘청이면서 중국 시장은 역대 최악의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