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이고 관조적인 노랫말과 아름다운 선율로 감성을 자극한 한국 ‘포크계의 대부’ 조동진(사진)이 28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70세.
조동진은 최근 방광암 4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다. 고인은 다음달 16일 오후7시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릴 ‘꿈의 작업 2017-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 공연을 열 예정이었다. 13년 만에 하는 콘서트였지만 끝내 무대에는 오를 수 없게 됐다.
지난 1966년 미8군 밴드로 음악을 시작한 조동진은 록그룹 ‘쉐그린’과 ‘동방의 빛’의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로 활동했다. 이후 1979년 ‘행복한 사람’이 담긴 1집 ‘조동진’을 발표하며 서정성 짙은 음악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한대수·김민기 등의 포크 가수가 ‘시대의 유감’을 담은 노랫말로 우리 시대를 노래했다면 조동진의 음악은 관조적이고 시적인 노랫말과 아름다운 선율로 대중의 마음을 다독이며 위로했다. ‘행복한 사람’을 비롯해 ‘어느 날 갑자기’ ‘제비꽃’ ‘일요일 아침’ ‘새벽안개’ ‘다시 부르는 노래’ ‘작은 배’ ‘나뭇잎 사이로’ 등이 지금까지도 포크 음악 팬들 사이에서 애창되며 사랑받고 있다.
‘조동진 사단’이 결성될 정도로 조동진이 한국 음악계에 미친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1980년 음반 제작사 동아기획에 몸담았던 그는 자신에게 영향을 받은 후배들이 잇달아 등장하자 조동진 사단을 결성한 것이다. 들국화, 시인과 촌장, 어떤날, 장필순 등의 앨범이 동아기획을 통해 나왔다. 또 1990년대에는 동생인 조동익·조동희와 장필순, 이규호 등의 가수들이 모인 음악 공동체 ‘하나음악’을 이끌며 ‘한국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대부’로 불리기도 했다.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선정된 1집 이후 1996년 5집 ‘조동진 5’까지 발표한 그는 제주도에 머물며 오랜 시간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2001년 ‘하나 옴니버스’ 앨범에 한 곡을 수록했고 하나음악 출신들이 다시 모인 레이블 푸른곰팡이가 2015년 발표한 옴니버스 앨범 ‘강의 노래’에서 다시 한 곡을 선보였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20년 만의 새 앨범 ‘나무가 되어’를 발표하며 변함없이 아름다운 시어와 서정적인 선율을 들려줬다. 또 이 앨범은 올해 한국 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음반상’을 차지했는데 이는 그가 대중음악사에 남긴 마지막 족적이 됐다.
유족으로는 2남(조범구·승구)이 있으며 발인은 오는 30일 오전5시30분이다. 빈소는 경기 고양 일산 동구 일산병원 장례식장 9호실이고 장지는 벽제 승화원이다.